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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타운서 만난 할아버지·할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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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타운서 만난 할아버지·할머니는…

입력
2008.01.02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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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녀석 재롱 선하지만 시대흐름 막을수 있나요"

"시대적 흐름이니 막을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많이 아쉽죠."

세밑인 31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 실버타운 '서울시니어스'에서 만난 이춘식(74) 이문옥(72ㆍ여)씨 부부. 노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의료나 여가 등 각종 서비스 시설이 잘 갖춰진 실버타운에서 7년간 살아온 이들은 노후 생활이 만족스럽다는 표정이었다. "건강관리 등을 체계적으로 받고 있어 불편함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런 이씨 부부에게도 근심은 있어 보였다.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이나 친인척 등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첫번째 이유다. 해체와 재결합 등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에서 두드러지게 달라진 가족상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남편 이씨는 싱글맘, 전업주부(住夫) 등 가족 형태의 변화를 이런 식으로 해석했다. "사회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억지로 막을 수는 없어요.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점점 소가족제로 바뀌는 것이지요.

또 여성의 지위 향상에 따라 '살림하는 남편'이 등장했지만 남자 입장에서는 슬픈 일입니다. 그렇더라도 사법시험 합격자, 판검사 임용 비율 등을 보면 여성이 60%가 넘는 '알파걸' 시대는 인정해야 겠지요."시대와 상황에 따라 가족의 형태와 개념 등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씨의 생각이다.

6개월 전 사별한 이모(77) 할머니는 미혼입양 등에 대해 "무책임하게 아이를 낳아놓고 책임지지 않는 것보단 낫지 않느냐"며 "핵가족, 다문화 사회의 시대적 추세를 받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규(70) 할아버지도 "전통 가족이 점차 해체되고 혈연 중심이 아닌 가정이 늘고 있다"는 말로 변해가는 가족의 형태를 평가했다.

실버타운 역시 노인가정이 더 큰 공동체를 이루는 새로운 가족 형태 중 하나다. 이날 실버타운에서 만난 노인 대부분은 전통적 가족 형태에 대한 향수를 보였지만, 시대와 상황에 따라 혈연이나 혼인으로 맺어진 기존 가족은 변화할 수 있으며 변화해야 한다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그러나 고교 국어교사 출신으로 실버타운 입주를 앞두고 있는 김모(71ㆍ여) 할머니는 신중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며 산다는 것은 나쁘지 않더라도 자라나는 아이의 경우 양친 부모가 필요하다"며 "1인 가구, 독신가구 등은 우리 사회가 아름다운 미풍양속을 점점 잃어가는 증거가 아니겠느냐"며 가족해체를 우려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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