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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미래 융합과학기술과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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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미래 융합과학기술과 한국

입력
2008.01.02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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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구에서 발표된 미래 융합과학기술 예측보고서를 분석해 보면 서구의 과학기술은 크게 두 단계를 거쳐서 제3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이전까지는 인간에게 유용한 물질과 기계의 연구개발을 강조하던 '물질/기계' 중심 시대였다.

80년대 이후 시작된 제 2단계는 이에 더하여 인간의 수명 연장과 건강을 강조하는 '물질/기계 +생명' 중심 과학기술 단계다. 21세기에 시작되는 미래 융합과학기술은 '기계 + 생명 + 인지' 중심의 과학기술을 추구하기 시작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나노과학자들의 요청에 따라 미국과학재단과 상무부가 학계·기업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도출해 낸 미래 융합과학기술 틀의 4대 핵심축은 나노기술(NT), 바이오 기술(BT), 정보기술(IT), 인지과학기술(CogT)이다. 한국에서 그 동안 무시되고 등한시되어 왔던 인지과학기술이 서구에서는 미래 과학기술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나노과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 낸 틀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미래 융합과학기술 추진의 궁극적 목표가 '획기적인 기계의 발명'이나 '인간의 장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보다는 인간 개개인이 각자의 일상생활에서, 일터(공장, 학교, 인터넷, 군사 등)에서,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다.

즉 개개인의 주의 및 정보처리 능력, 판단과 결정력, 기억력, 언어능력, 대상 인식 능력 등 인지적 능력, 정서적 적응력, 신체 능력을 효율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 유럽공동체의 융합과학기술 틀은 아예 자연과학 및 공학 기술과 사회과학기술의 연결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과학기술 발전의 1단계를 통하여 인류가 '편하게' 살고, 2단계를 통하여 '병 없이 오래' 사는 것도 중요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그렇게 편하게 오래 살아서 뭘 할 것인데?' 라는 물음에 미래 테크놀러지적 답변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미래에는 우리가 과거에 지녀온 물질 중심의 과학기술관을 넘어서야, 아니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 새 틀이 제시하는 시사점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과거에 핵, 에너지 등 물질과학기술 연구의 주축이 되었던 미국의 국립연구소와 이스라엘 같은 국가의 연구소들이 인지과학기술 개발을 주요한 미래 연구프로젝트로 삼는 발 빠른 변화를 하고 있다.

IBM 알마덴연구소의 제임스 스포러 소장은 인지시스템을 종래의 물질 시스템인 물리시스템, 생명시스템과 함께 자연계의 3대 시스템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하고 돌아보면 답답해진다. 고교생 자녀의 진로를 좌우하는 학부모나 고교교사 등 일반시민, 일반 과학기술자, 국가 과학기술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 이들의 자문에 응하는 과학기술 전문가의 대부분은 아직도 한 세대 뒤진 물질중심의 과학기술관에 매여 있다.

모두 미래 융합과학기술의 틀이 제시하는 미래의 변화를 충분히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이 '과학기술' 하면 오로지 물질 중심의 과학기술만을 생각하는 틀을 깨고 미래지향적, 참 융합과학기술적 사고를 할 수 있을 때에야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비로소 선진 과학기술 대열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 본다.

<저작권자>

이정모 성균관대 심리학과 및 인지과학 협동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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