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상당수는 이렇게 말했다. “대선 공약일 뿐 실제 강행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 에 대한 둔 평가였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과 함께 대운하 프로젝트에 가속이 붙고 있다.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산하에 한반도대운하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는 것 자체가 예사롭지 않다. “주요 공약 중 하나였으니까” 정도로 치부해 버릴 사안이 아니다. 별도의 조직이 구성됐다는 건 곧 프로젝트를 강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천명으로 봐야 한다.
장석효 TF팀장은 “인수위에 대운하TF를 만들고 팀장까지 선정을 한 상황에서 프로젝트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제 타당성 검토 시점은 지났으며, 대운하 프로젝트는 ‘루비콘 강’을 건넌 것임을 강력히 시시한 것이다.
대운하 TF 상임고문인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도 같은 취지다. 그는 인터넷매체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운하 건설을) 한다는 것은 이미 결정된 사실이다. 기술적인 문제는 (여론을) 수렴하겠지만, 운하 자체를 반대한다는 의견은 수렴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운하 건설 착수 시기에 대해 “총선 이전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내달 초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토개발연구원 공동 주최로 대운하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여론 수렴 절차는 남아 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도 “이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국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타당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누누이 밝혀 왔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최근 움직임을 보면 밀어 붙이기 식 강행에 대한 불만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구색 갖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벌써 구체적인 행보도 시작됐다. 인수위가 출범한 바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8일. 장 팀장이 5대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경부운하 민자사업에 적극 참여토록 독려한 것은 대운하 프로젝트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건설사 CEO들이 먼저 장 팀장에게 대운하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요청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이 자리에서 꽤 깊은 얘기들이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장 팀장은 “건설사 CEO들이 궁금해 하는 대운하 사업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해줬다”며 “그분들이 대운하 민자사업에 대해 상당히 깊은 관심을 표명했으며 적극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반도 대운하는 남한의 12개 노선과 북한의 5개 노선 등 총 17개 노선 3,100㎞에 이르는 방대한 프로젝트. 1차적으로 민자사업으로 추진될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경부운하와 재정사업으로 추진될 영산강의 호남운하, 금강의 충청운하가 건설되며, 안동운하와 북한운하 등을 차례로 건설해 대운하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경부운하에만 공사기간 4년, 공사비 15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인수위측은 추정하고 있다.
관건은 대선 기간 내내 논란이 됐던 대운하 건설의 타당성과 실효성 논란을 어떻게 잠재울지 여부다.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적으로 첫 삽을 뜰 경우, 자칫 ‘대운하 대못질’이라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