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이 1일 KBS 등과의 대담에서 사실상 새 정부 출범이 완료된 이후로 공천을 미루는 한편 ‘개혁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당내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 당선인은 대담에서 “이번 국회가 중요한 것은 정부조직법도 바꿔줘야 되고 또 총리 임명에서 모든 각료들에 대한 청문회도 해야 한다. 만일 그 기간에 공천문제가 겹치면 ‘내가 공천 안 되겠다’는 국회의원이 거기 나와 일하겠느냐”고 말했다. 이는 내각 인사청문회를 마친 이후 공천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기로 따져보면 빨리 잡아야 2월 중순 이후가 된다.
이 당선인은 또 정치권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극히 낮다고 지적하면서 변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안정 속 변화’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 당선인의 지론인 ‘탈(脫) 여의도 정치’ 와 연관돼 ‘물갈이 공천’이 떠올려지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언급이 갖는 인화성은 구랍 29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 내용을 되짚어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공천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박 전 대표측이 갖는 공천시기에 대한 절박성은 그만큼 크다.
박 전 대표측은 이 당선인 진영이 공천을 늦춰 박 전 대표측 의원들을 대폭 물갈이 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추진 중인 신당에 합류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생존의 문제로 보고 있는 셈이다.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의 회동이 끝난 뒤 발표된 두 사람의 공천시기 관련 발언내용이 서로 엇갈린 것도 결국 양측 이견이 엄연했기 때문이다.
이날 박 전 대표측 한 측근은 이 당선인 언급에 대해 “공천을 2월 국회 이후로 미룬다면 졸속 공천이 될 수 밖에 없다. 언제 경선하고 언제 심사를 하겠냐”며 “17대 총선 때는 전년 12월말에 공천심사위가 구성 돼 공천작업을 시작했다”고 반발했다. 다른 측근도 “공천은 당헌ㆍ당규에 따라 대권ㆍ당권 분리 원칙을 지켜 상식에 따라 하면 된다”며 “취임도 중요하지만 의회를 구성할 총선 공천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당선인의 의중이 다시금 뚜렷하게 확인된 이상 공천시점과 내용을 둘러싼 양측 충돌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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