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정기 인사철이 아닌 시기에 또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그룹은 15일 "그룹 계열 보안업체 ㈜에스원의 이우희 사장이 전격 사퇴함에 따라 후임에 노인식 삼성전략기획실 인사지원팀장(부사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여름 삼성전자 일부 사장단의 이동ㆍ보직 변경에 이어 두 번째다. 특히 연말 사장단 정기인사를 두 달여 앞두고 계열사 CEO를 바꾼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연말 인사에 어떤 회오리 바람이 몰아칠지 주목된다.
삼성은 이 사장이 지난달 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발생한 에스원 직원의 강도 및 성추행 사건에 책임을 지고 에스원 강남본부장인 최인성 전무와 함께 동반 사임했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사장은 삼성 직원이 고객을 상대로 강도짓을 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치명적인 사건이라고 판단, 본인이 직접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강력히 사임을 요청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후임으로 임명된 노 부사장은 197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인사과장, 부장을 거쳐 그룹과 삼성전자를 오가며 인사담당 이사, 전무, 부사장 등을 지낸 인사통이다.
두주불사의 화통한 성격이지만, 공사 구분이 명확하고 기억력이 비상해 임직원들의 세세한 부분까지 인사카드에 꼼꼼히 기록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에 CEO로 발탁된 것은 나사가 풀린 에스원의 내부기강을 다잡고, 조기에 정상화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노 부사장이 맡고있던 그룹 전략기획실 인사지원팀장에는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 인사팀장인 정유성 전무가, 삼성전자 인사팀장에는 그룹 전략기획실 인사지원팀 소속 성인희 전무가 각각 임명됐다.
이번 인사는 사안의 특수성 때문에, 지난 여름 실적부진이 계기가 됐던 삼성전자의 부분적인 인사 및 조직 개편과는 성격이 다르다. 따라서 연말 정기 인사와 직접 연결짓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삼성은 7월 적자에 시달리는 삼성SDI의 디스플레이 사업부문장에 삼성전자 기술총괄 김재욱 사장을 임명하고, 황창규 반도체 총괄사장이 겸임해 오던 메모리 사업부장직을 떼어내 조수인 부사장에게 넘겼다.
이어 8월 1일자로 박종우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사장을 삼성테크윈의 디지털카메라 사업부문장으로 겸직 발령하는 등 기존 인사틀을 깨는 파격으로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했었다.
삼성 관계자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뤄진 이번 인사가 연말 인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그리고 연말 인사의 폭이 어느 정도일지 현재로선 단언하기 어렵다"며 "다만, 연말 정기인사는 11월까지의 성과를 점검해 실적을 반영하는 인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안팎에선 연말 대규모 인사태풍을 전망하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에 '깜짝 실적'을 보였지만, 올들어 구조조정과 정전 등 잇단 악재에다 반도체와 삼성SDI 등 상대적으로 부진한 전자 계열사를 중심으로 분위기 쇄신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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