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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대선과 남북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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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대선과 남북 정상회담

입력
2007.10.0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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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일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분단의 상징인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었다. 역사적 장면이다. 정도 차이는 있을지언정 많은 국민의 가슴이 울렸을 것이다. 평소 민족을 깊이 생각하지 않던 사람도 그런 모습을 보면 기분이 달라진다. 오늘과 내일, 비슷한 이벤트와 합의가 적지 않을 것이다.

민족에 대한 우리 국민의 집착은 유별나다. 민족이 모든 것에 우선해야 한다는 인식의 관성 내지 의무감 같은 게 있다. 범 여권이 남북문제에 관한 한 공세적 입장을 취할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특성을 잘 읽어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끼리'를 앞세워 국민정서를 효과적으로 파고들었다.

'사대주의' '반(反) 통일'이라는 말을 유난히 듣기 싫어하는 국민이 대북 유화정책을 내놓고 반대하기란 쉽지 않다. 그것이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 한나라당의 정책보다 민족과 통일을 위해 현실적이냐는 것은 둘째 문제다.

우선 이런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12월 대선의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할 수 없다.

많은 이들은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의 사례를 든다. 당시 4ㆍ13 총선 사흘 전인 4월10일 6월 정상회담 합의사실이 발표됐지만, 총선에선 한나라당이 원내 1당을 차지하는 등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별 볼일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그것은 착시(錯視)다. 2000년엔 정상회담이 선거 두 달 후에 열렸지만, 이번엔 두 달 전이다. 4ㆍ13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정상회담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만 알고 투표한 반면 이번엔 회담 과정을 다 본 뒤 투표하게 된다. 달라진 사회분위기가 대선판도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을 짐작케 한다.

게다가 범 여권이 그나마 경쟁력을 갖는 이슈가 남북관계다. 정상회담은 경제와 정권 심판에 쏠린 여론지형을 바꿀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렛대다. 회담 후 범 여권의 '민족 공세'는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그런 지적을 했다. 이 전 총재는 "2000년 총선에서 이긴 뒤 다들 정상회담이 별 것 아닐 것이라고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그렇지 않았다. 회담이 끝나자 사회전반의 기류가 달라져 정국대처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회담 이후 상황이 지금의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이 전 총재는 당시 급변한 환경 속에서 우왕좌왕한 적이 있다. 그는 2002년 8월 북한의 군사적 위협 해소 등 긴장완화와 교류ㆍ협력의 병행추진을 골자로 한 '평화정책'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선(先) 긴장완화, 후(後) 교류ㆍ협력' 원칙을 견지한 대북 상호주의자였던 그로서는 상당한 궤도 수정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납북자와 북한의 테러 사과를 언급하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폐기를 강조하는 등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 안팎에서 가중된 대북정책 수정압력이 낳은 시행착오인 셈이다. 당내엔 대북관을 두고 보수파와 개혁파 의원들간 대립이 표면화하는 적전(敵前) 분열도 생겼다.

이번이 첫 회담이 아니고, 노 대통령의 인기가 낮으며 회담 이후에 대한 정권교체 세력의 경계심이 고조돼 있다는 점도 민족을 앞세운 '평화 바람' 앞에선 작은 방풍막에 불과하다.

유성식 정치부장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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