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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 새 길을 찾는다] <6> 카지노와 골프장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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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 새 길을 찾는다] <6> 카지노와 골프장 딜레마

입력
2007.09.11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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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복합카지노 리조트인 '베네시안'이 마카오에 문을 열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대부인 셸던 애덜슨 회장이 24억달러를 투자해 세운 초대형 리조트다.

개장식에 초대받은 전세계에서 온 4만명의 축하객은 거대한 규모와 시설의 호화로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건물 1층에 들어선 카지노의 면적만도 축구장 3개 넓이에 달한다.

이탈리아 베니스를 재현한 이 리조트엔 인공운하 위로 곤돌라가 떠다니고, 고급 스위트룸으로만 구성된 호텔은 3,000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아케이드에는 세계 최고급 브랜드를 중심으로 350개의 명품점이 입점했다. 일산 킨텍스의 2배 크기인 컨벤션센터도 들어섰고 이를 중심으로 박람회장 6개, 회의장 108개까지 갖춰 동시에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

마카오가 촉발한 '카지노 전쟁'으로 아시아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2004년 '샌즈 카지노' 오픈, 2006년 '윈 카지노' 오픈 등 거대한 라스베이거스 자본이 들어오면서 마카오는 그저 홍콩 곁에 있던 작은 도박도시에서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라는 이름표를 얻었고 휴양ㆍ컨벤션 도시로 대변신을 했다.

마카오는 지난해 카지노로 벌어들인 돈이 70.3억달러(약 6조 6,400억원)로 라스베이거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카지노 도시가 됐다. 그 덕택에 지난해 16.6%라는 경이적인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1인당 소득도 홍콩(2만7,641달러)을 처음으로 뛰어넘는 2만8,436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마카오를 찾은 관광객은 2,200만명으로 중국에 반환되기 전인 1998년(690만명)의 3배가 넘었다. 불과 10년도 안돼 이뤄낸 성과다. 작년의 관광수입만 93억달러이고 이는 국내 총생산(125억달러)의 75%에 달한다.

마카오의 대변신은 주변 국가들을 긴장시켰다. 상가포르는 2005년 도덕국가의 자존심마저 벗어 던지고는 카지노리조트 2곳을 허가했다. 미국 샌즈가 35억 달러를 투자해 마리나베이에 짓고 있는 카지노는 2009년 완공이 목표고, 센토사 지역의 겐팅 인터내셔널이 34억달러를 투자한 카지노는 2010년 완공될 예정이다.

일본도 카지노 합법화를 적극 추진, 내년에 자민당을 중심으로 카지노 설립을 위한 법안을 상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2012년에 일본 최초의 카지노가 들어설 수 있다.

대만도 펑후현에 지역경제 활성화와 세수확보 목적으로 카지노 도입을 적극 추진중이고 태국도 파타야에 카지노를 설립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콸라룸푸르 북쪽 해발 800m에 위치한 겐팅 하이랜드는 강원랜드가 벤치마킹한 카지노다. 말레이시아가 이슬람 교리까지 어겨가며 세운 이곳의 지난해 방문객은 1,200만명에 달한다. 경쟁관계인 싱가포르의 움직임에 자극받은 말레이시아는 남부 조호르 지역에 겐팅 하이랜드 못지않은 복합관광단지를 계획중이다.

주변 경쟁국들의 빠른 움직임 속에 우리의 고민도 깊어졌다. 한국의 카지노는 모두 17곳. 이중 내국인에 개방된 강원랜드를 제외하고 모두 외국인 전용의 작은 규모의 카지노다. 지난해 카지노 이용 외국인관광객은 98만9,000명으로 카지노 외화수입은 4,80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관광외화 수입의 10%에 달하는 큰 비중이지만 마카오(6조6,400억원) 등에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마카오 베네시안의 등장으로 국내 카지노 고객의 유출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카지노관광협회 관계자는 "한국 카지노 고객의 60%를 차지하는 일본인들이 차츰 줄어들고 있어 제주도의 경우 업체들간 VIP를 잡기 위해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정부는 50억불 넘는 외자를 유치하면 신규 카지노를 허가해주겠다고 하지만 내국인 출입이 금지된 땅에 누가 투자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가 각종 규제에 묶여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는 사이 마카오 등 주변국은 땅이 없으면 바다를 메워서라도 부지를 내주며 외자를 유치, 관광산업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카지노는 카지노 자체보다 이와 연결된 컨벤션, 호텔, 엔터테인먼트 등이 복합된 관광휴양단지화가 추세다. 경희대 관광경영학과 이충기 교수는 "카지노의 숫자는 더 이상 무의미하다. 우리도 경쟁력을 갖추려면 마카오의 베네시안처럼 복합 카지노리조트 형태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 필드는 좁고, 외화는 줄줄… 답 없소?

서울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모(51)씨는 업계 사장들과 한두 달에 한 번 골프를 치러 중국 칭다오를 찾는다. 금, 토, 일 3일동안 매일 18홀을 돌고, 인근 해수온천에서 피로를 푸는데 식사까지 포함해 90만원이면 충분하다.

게다가 인천공항에서 1시간 10분 정도면 도착하기 때문에 이곳을 '인천시 청도구'라고 부를 정도다. 김씨는 "비슷한 거리에 있는 제주도를 찾는다면 20만원 정도 더 드는 데다 성수기에는 부킹 때문에 여기저기 부탁하는 게 여간 번거롭지 않아 차라리 중국을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외국에서 골프를 즐기는 관광객은 2004년 49만명에서 2005년엔 57만5,000명, 지난해는 63만5,000명으로 계속 증가세다. 이들이 한 해 외국에서 쓴 돈도 지난해 1조1,400억원을 넘어섰다.

더구나 외국에서 골프관광을 해본 사람들은 싼 물가와 이국적인 정취에 끌려 반복적으로 나가고 있어 장기적으로 볼 때 더 문제다. 4회 이상 외국 골프관광을 경험한 사람이 2003년 67.3%에서 2005년 84.6%로 17.3%나 늘었다.

국내 골프장 이용료는 평균 주중 15만원, 주말 18만원 선으로 태국보다는 5배, 일본과 중국의 2~3배에 달한다. 이들 나라에서 2박3일 숙식을 합쳐 맘껏 골프를 치는데 드는 돈은 80만~90만원 선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골퍼들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농지를 활용하는 '반값 골프장' 정책을 내놓았다. 농민이 현물 출자한 땅에 적은 돈으로 골프장을 지어 싼값에 다수의 골프장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비싼 이용료와 부킹의 어려움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국내에 골프장을 많이 지으면 일시적으로 외국 골프관광객의 증가 폭을 둔화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골프 저변인구만 늘려 해외로 나가는 골프관광객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골프칼럼리스트 박한호(50)씨는 "그린피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1인당 2만5,000원씩 받는 캐디 서비스를 선택제로 하고, 카트 이용료를 2만원에서 1만원으로, 식음료 가격을 시중과 비슷하게 낮추면 골프장 이용객에게는 4~5만원의 할인 효과가 있다"며 부대비용에 대한 가격 안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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