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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혈흔 등 물증 못찾은 채 '석궁 테러=살인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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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혈흔 등 물증 못찾은 채 '석궁 테러=살인미수'

입력
2007.09.11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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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1월 발생한 '석궁(石弓) 테러'사건과 관련, 김명호 전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가 박홍우(55)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쏘았다는 화살 등 주요 증거물을 찾아내지 못한 채 서둘러 수사를 마무리 지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앞서 석궁 격발장치가 불량이어서 실수로 발사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는 등(본보 2월9일자 8면) 김씨에게 살인 미수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화살에 혈흔 없어

본보가 5일 입수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유전자 감정 보고서(1월29일)에 따르면 경찰이 감정을 의뢰한 화살 3개에서 혈흔은 찾을 수 없었다."박 판사가 화살에 맞고 피를 흘렸다"는 경찰 발표와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 송파경찰서는 사건 다음날인 1월16일 박 판사의 옷가지와 화살을 국과수에 보내 혈흔 유전자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부러진 화살을 봤다는 경비원의 말을 듣고 화살을 찾았지만 없었다"며 "그래서 김씨가 가지고 있던 다른 화살 3개를 보냈다"고 털어놓았다.

경비원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경찰이 초동 수사에 실패해 가장 중요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셈이 된다. 하지만 박 판사가 검찰에서"어떻게 석궁에 맞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점을 고려하면 화살이 아예 발사되지 않았거나 박 판사가 석궁에 의해 부상을 입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경찰은 추가 수사 없이 그대로 덮고 말았다.

▦복부혈흔, 속옷엔 있고 셔츠엔 없다

경찰은 박 판사가 어느 부위를 맞아 어떻게 피를 흘렸는지 등 기본적 사실관계에서도 헛발질을 했다.

국과수에 따르면 박 판사 의류에 남은 혈흔은 의문투성이다. 속옷과 조끼에는 "왼쪽 복부에 화살을 맞아 피를 흘렸다"는 경찰 발표대로 왼쪽 배 부위에 혈흔이 있지만 셔츠에는 손목 부분에만 혈흔이 검출됐다. 양복에는 아예 피가 묻은 흔적이 없었다.

하지만 경찰은 내의와 셔츠의 혈흔 부위가 다른 점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박 판사의 혈액 샘플을 국과수에 보내지 않아 혈흔이 동일인의 것이라는 결과만 받는 등 수사 기초마저 흔들렸다는 지적이다.

▦살인 미수 짜맞추기?

경찰 수사의 문제점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됐다.

경찰은 김씨의 석궁을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언론에"김씨가 안전장치를 풀고 조준사격했다"고 발표했다. 김씨는 경찰에 "몸 싸움 중 화살이 발사됐을 뿐"이라고 항변했으나 무시됐다. 경찰은 뒤늦게"석궁 격발장치가 닳아 있어 실랑이를 벌였다면 저절로 화살이 발사됐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술을 얻었지만 쉬쉬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경찰의 당초 주장과 달리 살인 미수 혐의 대신 김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 흉기 등 상해) 혐의로 구속 기소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김씨의 변호인은 "경찰은 물증도 확보 못한 엉터리 수사로 살인 미수자로 몰아세웠다"고 비난했다.

●'석궁테러'사건

1996년 성대 수학과 조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김씨는 2005년 "95년 본고사 수학문제의 오류를 지적한데 대한 학교의 보복"이라며 교수지위 확인 소송을 냈다 1심에서 패소했다. 김씨는 항소마저 기각되자 1월15일 "이유를 듣고 싶다"며 석궁을 들고 항소심 재판을 맡은 박 판사 집을 찾았다 사건을 저질렀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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