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계가 차기 대통령 후보를 둘러싼 세속주의 세력과 이슬람 세력간 갈등으로 또 한번 요동치고 있다.
터키의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의 추대를 받은 친 이슬람 성향의 압둘라 굴(사진) 외무장관이 14일 대통령 후보 등록을 마치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세속주의 정당인 공화인민당(CHP)이 이날 대선 불참을 발표해 5월 의회의 대통령 선거에서 굴 장관의 선출 여부를 두고 불거졌던 세속주의 세력과 이슬람 세력간 갈등이 재연되는 양상이다.
터키는 종교의 정치 개입을 막는 세속주의 원칙을 강조해 왔다. 이 같은 이유로 굴 장관은 지난 대선에서 야당 및 군부, 법조계 등 세속주의 세력의 견제를 받아 낙마했다. 그러나 지난달 총선에서 친 이슬람 성향의 정의개발당이 압승을 거두며 재집권하자 레젭 타입 에르도안 총리가 반발을 무릅쓰고 굴 장관을 재추대한 것이다.
터키 대통령은 의회가 간접 선출하는 상징적 존재이다. 법률안과 각료 임명 거부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퇴역 장성과 세속주의 인사들이 선출됐다.
공화인민당이 대선 불참을 선언한 것은 총리와 대통령이 모두 이슬람 성향의 인사들로 구성될 경우 터키의 급격한 이슬람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굴 장관은 세속주의를 강화하고 유럽연합(EU) 가입을 적극 추진하는 등 세속주의 세력에 유화적인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세속주의 세력들은 굴 장관의 부인이 히잡을 착용하는 등 종교적 성향을 보이는데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공화인민당의 대선 불참이 굴 장관의 대선 출마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세속주의 세력이 다시 결집해 대선 정국을 혼란스럽게 몰고 갈 여지가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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