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덕 신임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이 6일 취임 첫날부터 금융권과 금융감독당국 내부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지난 10년간 우리 금융산업의 양적, 질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제 경쟁력과 효율성 측면에서는 매우 취약하다”고 입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주요국의 10분의 1수준이고, 증권회사는 세계적 투자회사의 8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며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미흡하고 금융시장의 쏠림 현상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업 생산성이 2005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 회원국 중 19위에 불과한 점, 금융회사의 국제화 정도가 극히 낮은 수준인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금감위와 금감원 내부를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금융감독의 전문성 및 감독 행태 등은 여전히 미흡하다”며 “금융허브 정책 설문조사에서 시급히 보완해야 할 과제 중 1위가 금융감독 시스템 혁신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대선 등 중요 정치상황 속에서 금융시장의 위험관리에 중점을 두고, ▦글로벌화 ▦전문화 ▦청렴화 ▦정보화를 금융감독 4대 혁신전략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신용카드사들이 영세가맹점에 높은 수수료율를 부과하고 있다는 논란에 대해 “정확한 원가분석 없이 카드사와 가맹점 간의 1대1 협상으로 결정되다 보니 약자에 불리하게 된 부분이 없지 않다”며 “원가분석 용역보고서가 나와 회계법인을 통해 검증하고 있기 때문에 8월 중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임 윤증현 위원장이 금산분리 원칙 완화를 주장하며 정부와 대치한 데 대해서는 “나름대로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내부 토론 등을 거쳐 좀 더 논의할 과제로 남겨두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전부터 추진돼 온 윌리엄 라이백 홍콩 금융관리국 부총재의 영입은 “조건이 맞으면 신속히 영입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물색하겠다”고 말했다.
7개월짜리 위원장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보다 명확하게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윤 전 위원장이 3년 임기를 다한 것은 상당한 업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법과 기관업무의 독립성 취지에 따라 마찬가지로 임기를 지킬 수 있는 위원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 임기를 중단해야 하는 경우에 대비해 우선추진 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내일 지구가 끝나더라도 사과나무 한그루를 심겠다’는 문구를 인용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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