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햄프셔주의 60대 노부부가 탈세혐의에 따른 징역형을 거부한 채 집에서 총을 들고 6개월째 무장저항을 벌이는 이색적인 사건으로 미국 전역이 시끄럽다. 인터넷에 이들을 지지하는 블로그 등이 확산되고 있고 일부 지지자들은 집까지 찾아와 이들을 마치 영웅 대하듯 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인구가 2,200명인 뉴햄스셔주의 작은 마을 플레인필드에 사는 에드 브라운(64)과 부인 일레인(66)은 1월 탈세 혐의로 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5년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브라운 부부는 선고 직후 “일상적인 노동에는 과세할 수 없다”는 것이 연방헌법과 대법원 판례의 정신이라고 주장하면서 납세와 교도소행을 거부하고 경찰, 집행관 등과 대치를 시작했다. 브라운 부부는 1996년부터 납세를 거부, 일레인의 치과 실습소 수입 190만 달러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았다.
주 경찰 당국이 이들을 진압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은 노부부가 “자유를 위해 싸우다 죽을 준비가 돼 있다”며 완강한데다 집이 요새화돼 있어 섣불리 진압을 시도할 경우 유혈사태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부인은 “미국은 죽었다. 노예로 살기 보다는 싸우다 죽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남편도 “미국은 공산주의 국가가 됐다. 중국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항거하던 사람과 우리는 같은 입장이며 누가 우리를 죽일 수는 있어도 겁먹게 할 수는 없다”며 결사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44만5,000㎡ 부지에 세워진 브라운 부부의 집은 망루를 갖추고 있고 20cm 두께의 콘크리트 벽에 둘러싸여 있는데다 태양열 자가 발전기와 위성방송 수신장치 등을 갖추고 있다.
비상식량도 넉넉해서 주당국이 전기와 인터넷, 유선 및 휴대전화, TV를 끊고 우편물 배달을 중단시켰음에도 브라운 부부는 동요하지 않고 있다. 남편은 “우리 집은 항해하는 배처럼 자급자족이 가능하다”고 말할 정도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식료품과 선불 전화기, 심지어 탄약까지 공급해 주겠다며 전국 각지에서 노부부 집으로 찾아오는 지지자들도 늘고 있다. 백인 우월주의자 등은 이 집을 반정부주의자들의 ‘해방구’로 삼으려 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그러나 플레인필드 주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주민들은 “브라운 부부 때문에 우리가 위험해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백인 우월주의자, 무정부주의자 등 외지인들이 마을을 활보하고 있어 자녀들 걱정이 앞선다”고 말한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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