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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이은 빨간 마후라 박인철 대위 창공의 꿈 '슬픈 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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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이은 빨간 마후라 박인철 대위 창공의 꿈 '슬픈 산화'

입력
2007.07.2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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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못 다한 창공의 꿈을 일구겠다”던 젊은 공군 조종사의 희망은 채 피어나기도 전에 서해의 밤하늘에 흩어지고 말았다. 20일 오후 9시께 충남 서산 공군기지 서쪽 100㎞ 지점 서해상에 추락한 KF-16 조종사 박인철(27ㆍ공사 52기) 대위가 대를 이어 산화(散花)한 것으로 밝혀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공군은 22일 박 대위의 아버지 박명렬(공사 26기) 소령이 1984년 F-4E 팬텀기를 몰고 팀스피리트 훈련에 참가했다 사고로 숨졌다고 밝혔다. 공군 관계자는 “당시 박 소령은 저고도 사격 훈련을 위해 급하강했다가 바로 상승하지 못하고 지상에 추락했다”고 말했다.

당시 박인철 대위는 다섯 살 꼬마였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읜데다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그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살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졌다고 한다. 30대 초반의 남편을 덧없이 먼저 보낸 어머니와 집안에서도 절대 조종사는 되지 말라고 말렸다.

하지만 피는 속일 수 없었던 것일까. 나이가 들수록 박 대위는 ‘빨간 마후라’에 대한 동경이 강렬해졌고, 2000년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공군사관학교에 입교했다. 반대하던 가족들도 박 대위가 “반드시 아버지처럼 전투 조종사가 돼 아버지가 못 다 이룬 창공의 꿈을 이루겠다”고 하자 그를 이해하고 자랑스럽게 여기게 됐다.

박 대위는 4년 생도 생활을 마친 뒤 2004년 항공실습과정을 시작으로 기본과정, 고등과정까지 1년 8개월의 비행교육과정을 마치고 충남 서산의 제20전투비행단 121전투비행대대에 배치됐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2월 제3차 고등비행교육 수료식에서 꿈에 그리던 ‘빨간 마후라’를 목에 둘렀다.

그러나 박 대위가 두른 빨간 머플러에는 훈련 기간중 쏟아낸 땀만 묻어 있는 게 아니었다. 비록 어렴풋한 기억뿐이지만 언제나 그리웠던 아버지, 비행교육을 받기 시작한 이후 거의 하루도 잊지 않았던 아버지의 추억이 오롯이 배어있는 머플러였다. 박 대위는 수료식에서 “아버님이 못다 지킨 하늘을 이제부터 제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말했다고 한다.

현충일이었던 지난달 6일 박 대위는 어머니와 대학생인 여동생 등 가족과 함께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아버지의 묘소를 찾았다. 박 대위는 그날도 가족들에게 “임무를 수행하면서 아버지를 떠올릴 때가 많다”며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훌륭한 조종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말했다고 한다.

공군은 23일 오전 10시 빈소인 서산기지에서 영결식을 갖고 오후 3시에 박 대위를 국립서울현충원의 아버지 묘지 곁에 나란히 묻기로 했다. 함께 숨진 이규진(38) 중령은 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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