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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추락 날개가 없다?

입력
2007.06.1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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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과 LCD, 디스플레이까지 다 괜찮은데, 반도체가 문제다.”(삼성전자 고위 관계자)

“누가 고통스러운 상황을 더 오래 버틸 수 있느냐에 따라 생존이 좌우될 것이다.”(하이닉스 고위 관계자)

반도체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1분기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던 반도체 업체들이 2분기에는 근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보게 될 전망이다.

D램 반도체의 가격이 올초 대비 70%가까이 빠진 게 결정적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2001년 3분기 이후 5년 9개월 만에 가장 나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하이닉스 반도체도 2003년 이후 15분기 연속 이어온 흑자기조를 멈추고 적자로 돌아설 공산이 커졌다. 하반기에 계절적 요인 등으로 반도체 수요증가가 예상되지만 본격적인 상승국면은 내년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2분기의 실상

삼성전자는 모바일 D램 등 부가가치가 높은 D램의 비중이 30%를 차지하고 있어 전세계 D램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이 부문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락하던 낸드플래시 가격이 3월 이후 반등에 성공, 20%가량 올랐지만 D램의 가파른 하락세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동부증권 이민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전체 2분기 영업이익이 1분기(1조1,800억원)에 훨씬 못미치는 8,000억원 내외가 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라며 “최근 LCD가격의 회복으로 일각에서는 9,000억원선으로 올렸지만 그 이상은 어렵다”고 말했다.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1,500억~3,400억 내외로 시장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반도체가 전부인 하이닉스의 상황은 더욱 힘겹다. 1분기 4,400억원의 영업흑자가 1,500억 안팎의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D램가격의 바닥은 언제

연초부터 3, 4월 바닥설이 제기되다가 5월, 6월로 D램 반등시기가 미뤄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512메가 D램 반도체 현물가격은 연초 6달러대에서 2달러 밑으로 떨어진 상태. 원가 이하에서 출혈생산을 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지난해 D램 호황으로 일본과 대만 업체들이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물량이 늘면서 이제는 서로 제살깎아먹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

그러나 희망적인 징후들도 나타나고 있다. 5월말 개당 1.70 달러까지 하락했던 512 메가 D램 가격은 이달 들어 보름 동안 1.8~1.9 달러대에 고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격이 너무 떨어져 D램만 보유한 업체들은 매우 고통스런 수준”이라며 “다음달 이후 가격 반등에 성공한다면 내년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전문가들도 향후 반등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현재 바닥 다지기에 들어갔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하반기 이후 전망

7월 이후 반도체 경기는 완만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9월 개학을 앞둔 계절적인 수요에다, 윈도비스타 교체 수요 점증, 고용량 휴대폰과 PC매출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되는 한 상승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세계 D램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D램 생산라인 일부를 낸드플래시로 돌리고 있지만, 일본의 도시바, 엘피다와 대만업체들의 움직임이 없는 한 공급과잉이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현대증권 김장열 연구원은 “3, 4분기에 다소 회복할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처럼 공급물량을 예측하기 어려워 하반기 실적도 예년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주대영 박사는 “D램가격이 조만간 약간 상승해 예년의 4~5달러 보다 훨씬 낮은 2달러 안팎에서 고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하반기에 본격적인 반도체 수요 증가가 없다면 내년 이후까지 불황의 골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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