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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참극/ 여전히 남는 의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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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참극/ 여전히 남는 의문점

입력
2007.04.1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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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23)씨의 우편물 공개로 미국 버지니아공대 참극의 미스터리 일부가 풀렸다. 범행동기와 1, 2차 범행 사이 두 시간의 행적에 대한 의문은 일단 해소됐다. 그러나 범행장소와 대상의 선정 이유 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더구나 조씨가 주장한 범행 동기대로 이번 사건이 온전히 재구성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 적개심 > 치정

범행동기는 치정이나 이성관계가 아닌 정신분열증을 앓는 젊은이의 적개심일 가능성이 커졌다. 조씨는 부자, 기독교, 쾌락주의 등을 적개심의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렇게 쌓인 반감과 저주가 불특정 다수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게 했을 수 있다. 그러나 분노에 차 고립된 생활을 해왔다는 점 외에 조씨 범행을 규명할 정확한 동기는 아직 없다.

● 계획 범행 > 우발 범행

1, 2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당초 추정한 여성문제에 의한 우발적 범죄일 가능성은 낮아졌다. 조씨는 범행 수주 전 운동으로 몸을 만들고 머리도 군대식으로 잘랐다. 권총과 탄약도 범행 전 합법적으로 마련했다. 범행 당시에는 희생자들에게 저항할 틈을 주지 않으려고 장전된 탄창들을 준비했다. 또 쇠사슬로 건물 출입구를 차단, 학생들의 탈출을 봉쇄했다. 범행을 합리화한 문제의 동영상 일부도 사전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 2시간 미스터리 해소

우편물 발견으로 1차 범행에서 2차 범행 사이 2시간여 동안의 조씨 행적에 대한 의문은 해소됐다. 우편물이 접수된 시각은 1차 범행 1시간 46분 뒤인 16일 오전 9시 1분. 따라서 1차 범행 후 조씨는 기숙사로 돌아가 소포를 꾸려 차를 타고 시내 버지니아우체국으로 갔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 조씨는 노리스홀로 가 광란의 살인극을 저지른다. 그러나 왜 1차 범행을 한 뒤 우편물을 방송사에 보내고 2차 범행을 했는지는 남는 의문이다. 다른 학살범들에선 발견되지 않는 이상행동이기 때문이다.

● 범행장소, 대상 기준은?

적개심을 범행동기로 인정하면, 조씨가 아침 일찍 다른 기숙사를 찾아가 1차 범행을 벌인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1차 희생자 에밀리 힐셔(18ㆍ여)와 말타툼을 벌인 이유도 분명치 않다. 조씨의 스토킹 전력이 드러났지만 에밀리는 당시 스토킹한 대상이 아니었고, 여자친구도 아닌 증거가 강하다.

스토킹을 당한 여학생 2명도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일부에선 2차 범행이 노리 홀인 까닭을 조씨가 1주일 전 이 건물에서 진행된 독일어 수업에서 여학생과 다투다 담당교수의 질책을 받은 사실과 연결시킨다. 하지만 이는 조씨가 우편물에서 밝힌 범행동기와 배치된다.

● 정신이상자의 이상행동?

풀리지 않는 의문들은 조씨의 정신병 전력 때문에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조씨는 2005년 12월 정신이상 판정과 함께 급박한 위험이 있는 인물로 분류된 사실이 밝혀졌다. 1차 범행 직후 경찰이 늑장대응하자 여유를 찾은 조씨가 2차 범행을 했다는 추정도 나온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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