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이 탈당하는 방안을 놓고 심각히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부진한 범여권 통합 작업을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서 ‘탈당 카드’를 꺼내서라도 통합 기폭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고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결심 단계는 아니지만 창당 주역인 정 전 의장의 당적 이탈이 현실화한다면 우리당은 또 한번 회오리에 휘말리게 된다.
정 전 의장이 탈당을 고민하는 이유는 범여권 통합신당 창당 작업이 도무지 진척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 전 의장의 측근은 14일 “2ㆍ14 전당대회 이후 한 달이 다 됐지만 통합 논의가 미진한 데 대해 정 전 의장의 우려가 매우 크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탈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측근도 “이대로 상황이 고착되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며 “정 전 의장은 탈당이 통합의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당 일부 관계자는 “정 전 의장이 탈당 방침을 거의 굳히고 당을 떠날 시기만을 저울질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당 안팎에서는 구체적인 탈당 시나리오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정 전 의장과 가까운 지역구 의원 3~4명이 먼저 탈당하고 충청지역 의원을 비롯한 10~15명 의원들이 여기에 합세한다는 것이다. 그 뒤 3월 말이나 4월 초쯤 정 전 의장이 탈당을 결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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