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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일본은 위안부 진실 직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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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일본은 위안부 진실 직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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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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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8월 독일은 기금법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10만 명 가까운 나치의 강제노동동원 희생자들을 보상하기 위한 법률이다. 이 법에 따라 독일 정부와 2차 대전 당시 강제노동동원 관련 기업이 51억 유로(6조3,700억원)의 기금을 모았다. 2005년까지 7만 건 이상의 보상 요구가 인정됐다.

● 독일이 대량학살 부인했다면

과거사 정리를 잘한 "선한" 독일과 그렇지 못한 "악한" 일본으로 단순 구분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독일의 역사적 책임 문제는 복잡하지만 흑백이 분명하다. 핵심 사안은 홀로코스트(유대인 대량 학살)다. 반면 일본의 경우 홀로코스트와 비견될 만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많은 학자, 언론인, 법률가, 시민들이 전시 범죄를 인정하라고 촉구하는 용기 있는 행동을 하고 있다. 그들은 별 전망이 보이지 않는 열악한 상황에서 이런 노력을 하고 있다. 심지어 (우익으로부터) 폭행 위협까지 당한다. 일본도 아주 많은 노동력을 전시에 광산과 공장에 강제로 동원했다.

특히 일본 군부의 손으로 여성을 이른바 군대 '위안부'로 동원해 강간과 여러 형태의 성적 학대를 자행했다. 일본이 강제로 인력을 동원했다는 데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위안소'가 존재했다는 사실도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독일 정부가 강제 노동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고 보상한 반면, 최고위급 일본 정치인들은 노동력이든 위안부이든 전시 동원의 강제성에 대해 인정하기를 꺼려 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근 미국 하원이 일본 정부가 전시 위안부 학대에 관해 사과하고 공교육에서 이 문제를 정확히 가르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위안부 모집이 "협의의 강제성이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이런 발언들을 접하면서 독일 정부가 "강제성이라는 단어의 협의적인 의미에서 볼 때, 나치의 강제노동동원에 대해 역사적인 책임이 없다"고 한다면 국제사회의 반응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강제노동을 아주 적극적으로 부인한 독일 장관이 (아소 타로 일본 외무장관처럼) 강제노동으로 큰 덕을 본 재벌과 관계가 있다면 국제사회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다.

● 근시안에 무능한 일본정치인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와 아소 장관의 발언이 호주는 물론 한국, 중국 등 여러 나라에 미치는 타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파악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일본 국민을 납치한 것이 일본에서 격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베 총리는 눈물까지 흘렸다. 그런데 아베와 장관들은 미국 의회에서 증언한 위안부 출신 호주 할머니 얀 오헤른씨 등의 이야기가 호주와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실망스럽게도 이런 얘기는 한두 번 한 게 아니다. 역사적 진실은 지금도 근시안적인 정치적 편의에 희생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희생자는 누구보다도 살아 남은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이다. 그러나 또 한 무리의 희생자는 일본 국민이다. 근시안적이고 무능한 정치인들 때문에 이웃나라 국민과의 관계도 엉망이 된다.

테사 모리스 스즈키 호주국립대 아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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