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를 주적으로 간주한 새 군사독트린 추진
러시아의 미국 견제 움직임이 심상찮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해 강하게 제동을 걸고 나선 뒤 곳곳에서 미국을 겨냥한 러시아의 군비강화 움직임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 같은 자신감은 최근 유가 상승 바람을 타고 급속히 회복된 경제력이 배경이다.
러시아 국가안보회의는 5일 “국제사회에서 군사력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 새로운 군사독트린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거침없는 군사활동을 펼치고 최근엔 러시아의 코앞인 동유럽에까지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배치할 계획을 밝히자 러시아가 새로운 군사전략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안보회의가 배포한 성명은 2000년 채택된 현행 군사독트린이 국제정세의 변화로 무력화됐음을 적시하고 있다. 현 군사독트린은 가상 및 적 개념을 구체화하지 않은 채 외국의 자국 국민 보호에 군투입을 불허하고 방어범위를 러시아와 벨로루시에 국한하는 등 온건한 성향을 띄고 있었다.
이에 반해 신 군사독트린은 한층 공세적이란 게 외신들의 전언이다.
신 군사독트린은 적 개념으로 미국이 포함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테러리즘을 명시하고 자국민 보호를 위해 군투입이 가능토록 군사활동 개념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안보회의의 성명도 “현대전의 수단들이 널리 활용되고 군사력 사용 방식이 재검토되면서 군사력 배치 상황이 바뀌었고 군사동맹 특히 나토의 힘의 증대됐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군부의 목소리도 한층 강경해지고 있다. 이고르 흐보로프 러시아 전략공군사령관은 이날 미국이 동유럽에 배치할 MD 기지들을 폭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MD를 구성하는 단위들의 방호가 허술해 우리 전략기들이 전자 대응수단으로 확실하게 파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초음속 전략폭격기 Tu-160 편대를 현대화하고 있으며 올해 안으로 2대의 신형 폭격기를 실전 배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올해부터 2015년까지 1,900억달러가 투입되는 야심찬 무기현대화 계획을 발표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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