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경기 큰 점수차 이겨라" 양감독 골머리
‘0.003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점수 득실률(총득점÷총실점)을 둘러싼 소수점 3자리 싸움에 ‘코트의 제갈공명’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과 ‘컴퓨터 세터’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이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지난 달 25일 서울 올림픽 제2체육관에서 벌어진 현대캐피탈-상무전. 현대캐피탈 세터 권영민(27)이 18-20으로 뒤진 2세트에 후배들에게 “이번 세트는 저쪽에 넘겨주는 대신 점수만 많이 내자”고 속삭였다. 작전시간을 요청한 김호철 감독은 “그럴래”라며 맞장구를 쳤다.
권영민의 생각은 이랬다. “25-23으로 이기면 점수득실은 +2, 23-25로 지면 –2다. 하지만 2세트를 넘겨주면 한 세트를 더 뛸 수 있기에 큰 점수차로 따낼 수만 있다면 점수득실에서 더 득이 된다.” 그러나 아뿔싸. 승부욕이 넘친 권영민의 블로킹 등에 힘입어 현대캐피탈은 계획과 달리 2세트를 25-23으로 따내고야 말았다.
김호철 감독은 “점수 득실률에서 큰 손해를 봤다”며 한숨을 쉬었고, 후배들도 권영민에게 “형, 지기로 해놓고선 이기면 어떡하냐”고 따졌다. 승패가 같으면 점수 득실률로 순위를 결정하는 프로배구 규정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다.
2위 현대캐피탈(22승5패)이 오는 11일 천안에서 선두 삼성화재(22승5패)와의 마지막 맞대결에서 이기면 점수득실률에 따라 2006~07시즌 정규리그 우승팀이 결정될 가능성이 생긴다. 두 팀이 다른 팀과의 경기(현대 2경기, 삼성 3경기)를 모두 이기면 25승5패가 되기 때문. 김호철 감독이 그토록 걱정하던 점수득실률에서 뒤져 2위가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현대캐피탈은 6일 현재 총득점 2,371점, 총실점 2,054점으로 점수 득실률은 1.154다. 삼성화재는 1.157로 현대캐피탈에 불과 0.003이 앞선다. 삼성화재가 지난 4일 수원 한국전력전에서 3-1로 힘겹게 이긴 탓이다. 김호철 감독은 “아마추어인 한전(10일), 상무(14일)와 만나는 우리와 달리 삼성은 프로인 LIG(7일), 대한항공(14일)과 싸우기 때문에 괴로울 것이다”고 여유를 부렸다.
신치용 감독은 “점수차를 계산하기 보다는 현대를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코트의 제갈공명’은 점수 득실률을 따지기 보다는 승점에서 앞서겠다며 정공법을 선택했다. 그러나 ‘컴퓨터 세터’ 김호철 감독은 “삼성을 이겨도 점수득실률에서 앞서야 우승한다”며 남은 경기에서 점수득실을 관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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