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주(58ㆍ구속 기소) 삼주산업(옛 그레이스백화점) 회장의 정ㆍ관계 로비 수사가 ‘기대 이하’라는 평가 속에 일단락됐다. 검찰은 김씨가 2001년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를 추진하며 저지른 불법행위를 밝혀냈지만, ‘45인회’로 알려진 로비인맥을 제대로 파헤치진 못했다. 서울서부지검은 28일 수사결과를 발표했으나 이미 밝혀진 사실 외에 다른 성과는 없었다.
검찰은 “최선을 다했고 애초 밝혀내고자 했던 사실들은 모두 확인했다”고 자평했지만, 수사 초반의 기대감에 비하면 ‘미흡하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검찰은 수사를 본격화한 지난해 12월 전ㆍ현직 공직자들을 줄줄이 소환, 김중회(57) 금감원 부원장과 신상식(54) 전 금감원 광주지원장을 구속하고 DJ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65)씨를 불구속 기소하는 등 기세를 올렸다. 정ㆍ관계 로비인맥의 ‘거대한 뿌리’가 드러나는 듯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커다란 줄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김씨의 금고인수 과정에서 16억원 가량의 돈거래 의혹을 받아 온 H부장검사는 대검 감찰부에서 조사를 받고 최근 사표를 제출, 이날 의원면직되는 데 그쳤다. 검찰은 “H부장검사의 돈거래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지만, 사법처리할 만큼의 위법성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감사원 K감사위원의 모 상호저축은행 대출 개입, 국무조정실 간부 N씨의 공무원 비리감찰 무마 의혹 등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검찰은 “K씨는 사법처리할 만한 수준이 아니고 N씨도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며 “소속기관에 비위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고질적인 ‘제식구 감싸기’도 도마에 올랐다. 대검 수사관에게 김씨를 위한 사건청탁을 하고 수시로 골프모임을 했던 K검사장은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이유로 최근 단행된 검찰 정기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을 뿐이다. 의혹의 핵심이었던 ‘45인회’의 실체가 규명되지 않은 것은 이번 수사의 최대 오점이다.
회원명부는 확보되지 못했고 관련자 진술로 파악한 회원도 20여명에 그쳤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