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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한류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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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한류를 넘어서

입력
2007.03.05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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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나 동남아를 여행할 때면 한류가 우리들만의 착각이 아님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쇼핑센터에는 명품 대접을 받는 한국산 제품들이 가득하고, 도로에는 한국산 자동차들이 즐비하다. 한국 드라마와 한국 연예인이 등장하는 광고도 수시로 접할 수 있다. 한류는 분명 허상이 아니라 실재하는 문화현상이다.

● '한국적'인 것 고집해서는 안된다

한국인의 자긍심을 한껏 드높였던 한류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지난해 드라마 수출액은 전년 대비 15.5% 감소했고, 영화는 무려 68%나 줄어들었다. 만개하기도 전에 시들해져가는 한류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얼마 전 문화관광부는 '한 스타일 육성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한글, 한식, 한복, 한옥, 한지, 한국음악 등 한국 고유문화 6대 분야를 브랜드화해 체계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고유문화를 육성하겠다는 것이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신 한류'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붙인 정부의 계획은 한류의 본질은 물론 한류 쇠퇴의 원인까지 잘못 파악한 것이다.

한류는 '한국산 문화'인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적인 문화'는 아니다. '대장금' 정도를 제외하면, 아시아인을 열광시킨 한국의 대중문화는 정작 한국 내에서는 국적불명의 외래문화라고 비난받기 일쑤였다.

역설적으로 한류는 한국적인 것에서 한 발짝 벗어났기에 아시아인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 한류의 전성기에도 '한국적인 고급문화'는 좀처럼 아시아인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아시아인이 한류에 열광했던 것은 그것이 열광할 만큼 만족스러운 양질의 콘텐츠였기 때문이었다. 반면 지난해 드라마와 영화의 수출액이 급감한 근본 원인은 한국의 문화산업계가 한류에 무임승차하려는 안일한 생각에서 수준 미달의 콘텐츠를 남발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조차 외면당한 드라마와 영화가 해외에서 사랑받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한류는 애초부터 국가 정책의 산물이 아니라 한국 문화산업계가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물이었다. 외국 문화는 해당 정부가 전면에 나서면 나설수록 거부감이 커진다.

만일 일본 정부가 자국의 문화산업을 집중 육성해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면, 오히려 한국에서 일본 문화가 역풍을 맞을 것임과 같은 이치다. 한류를 지속시키고자 한다면 정부는 전략적으로라도 이선으로 물러나야 한다.

● 질 좋은 '한국산' 문화상품이면 충분

최고의 한류 스타 비를 탄생시킨 프로듀서 박진영은 "이제는 한류에서 한국의 이름을 빼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국'에 집착해서는 한류를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류가 한국인의 자긍심을 드높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긍심이 지나쳐 민족주의나 국수주의로 흐르는 것은 한류의 위기를 부추길 뿐이다. 한류는 한국적인 것, 한국에 있던 것이 아니라 아시아인이 원하고, 세계인이 원하는, 한국이 만든 것으로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

홍콩 영화의 몰락에서 볼 수 있듯, 문화상품의 구매자들은 충성도가 약하다. 한류의 본질은 질 좋은 한국산 문화상품에 대한 열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양질의 콘텐츠가 없으면 한류도 없다.

전봉관ㆍ한국과학기술원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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