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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가기록원은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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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가기록원은 창고?

입력
2007.03.05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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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처음 공개된 사진 맞나요? 사진속 인물들이 기생들입니까."(기자) "모르겠습니다. 갖고 있는 사진 중에 특이한 것을 뽑았을 뿐입니다."(국가기록원)

3ㆍ1절을 하루 앞둔 지난 28일 국가기록원은 미공개 사진자료 4장을 공개했다. 3월1일자 신문에 쓰라는 배려였다. 하지만 사진속 모습을 간단히 묘사한 것 외에는 설명이 붙어있지 않았다. 어디서 누가 찍은 것이며 어떻게 입수됐는지, 기본적인 것도 알 길이 없었다.

국가기록원의 대답은 간단했다. "정부조직이 개편될 당시 공보처로부터 받은 자료들이고 사진 뒷면에 쓰여진 '3ㆍ1 운동 당시'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확인할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한 사진 속에는 단서가 될 만한 희미한 영문구절이 있어서 물었다. 돌아오는 답변은 놀라웠다. "그런 게 있었나요. 우리도 몰랐습니다."

국가기록원이 어떤 곳인가. 국가의 주요 기록들을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이 기관의 주된 업무다. 기록의 의미, 가치를 평가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가지고 있는 자료가 어떤 것인지조차 모르면서 그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겠다고 한다.

사진 4장을 공개하기 전에 일제시대 연구자들에게 보여주었는지 묻자 미처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기록을 알아보려는 기본적인 노력도 하지 않은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국가기록원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모습을 담은 어떤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얘기다. 가치와 의미를 모르는 자료는 쓰레기일 뿐이다. 그것을 보관하는 국가기록원도 창고에 불과하다.

최근 국가기록원장이 바뀌었다. 그가 제일 먼저 할 일은 창고를 열어 기록원이 가지고 있는 자료들의 정체를 밝히고 가치를 부여하는 일일 것이다.

사회부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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