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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 '대선후보' 정운찬의 위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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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 '대선후보' 정운찬의 위력은

입력
2007.03.05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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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깊게…행동은 빠르고 과감하게 하겠다"…출마 시점·명분만 남았다?

요즘 정치권의 중요 화제 중 하나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다. 그의 대선출마를 바라는 범 여권의 러브 콜이 거세지는 데다, 본인의 언급 역시 한발 한발 정치쪽으로 다가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정 전 총장은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한다. 이는 대선에 뛰어들 가능성이 50%라는 얘기도 된다. 자신의 이름이 처음 나왔을 때 “나는 대통령감이 아니다”고 할 때와는 분명 다른 태도다. 주변에서 그의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는 기류가 강해지는 것도 그래서다. 정치권 인사들은 벌써부터 그가 여권후보로 대선에 나설 경우 강점과 취약점에 대한 여러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 전 총장은 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대선 출마여부에 대해“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했다”며 “고민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앞으로 입장이 달라진 것이 있으면 말하겠다”며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는데 이것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이미 정치 참여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시점과 명분을 보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을 낳는 게 이런 대목이다. 출총제 완화나 부동산 정책 등 최근의 경제 이슈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 전 총장은 이어 이날 국립 대전 현충원에서 있은 순직소방관 추모 행사에 참석 한 뒤 “여러 가능성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생각은 깊게 하고 행동은 빠르고 과감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또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정치를 포괄적으로 말한 것이라면 맞는 말일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분법적으로 나눠 경제보다 정치가 중요하다는 의미라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의 고충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에 대해선 “어떤 프로젝트건 실현 가능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총장은 4ㆍ25 재보선의 대전 서구 을 선거 출마가능성에는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주변의 시각은-겸손하고 탐욕없어…외부수혈 성공 사례없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에 대한 주변 사람의 평가는 다양하다. 정 전 총장과 20년 지기로 형제처럼 지내는 민주당 김종인 의원은 ‘겸손하고 탐욕스럽지 않으며 말을 삼가는 태도’를 그의 가장 큰 덕성으로 꼽았다. 김 의원은 “시대의 요청이 ‘꼭 해야 한다’고 하면 정 전 총장이 결심할 것으로 본다”며 그 시점을 올 상반기 이전으로 예상했다.

김 의원은 정 전 총장의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한두 번 했다고 정치를 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라며 “정치는 국민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상식적으로 판단하는 것이지, 어떤 룰을 갖고 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정 전 총장만한 경제ㆍ교육 전문가가 어디 있느냐”고 되물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민생정치모임의 최재천 의원도 “정 전 총장은 충청권 출신으로 (유권자들이) 요지부동인 영남 출신에 비해 현실적인 면에서 장점을 갖고 있고, 기존 범여권 정치인에서 발견할 수 없는 참신성까지 겸비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반면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정치권 외부에서 수혈된 인사가 정치인으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 특정 정치세력에 업혀서, ‘안 되니까 꾸어 오는’ 식으로 정치권에 들어온 경우 실패율이 그만큼 더 높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정치 지도자는 ‘고민하는 햄릿’보다 ‘행동하는 돈키호테’가 돼야 한다”며 “학자 출신인 정 전 총장은 국민이 밥상을 차려놓고 올라와 달라고 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평가 절하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이게 강점-호남-충청 연합카드…DJ와 우호관계 유지해와 경제전문가 이미지도 매력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대선주자로서 어떤 강점을 갖고 있길래 범여권이 그에게 매달리고 있을까. 여권 인사들은 ‘경제학자 정운찬’을 ‘정치인 정운찬’으로 잘 포장할 경우 상당한 파괴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정 전 총장의 경제ㆍ교육 전문가 이미지가 높은 점수를 얻고 있으나 정운찬 카드의 잠재력은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더욱 배가된다. 특히 그가 충청(충남 공주) 출신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한나라당에 대항하기 위한 호남ㆍ충청권 연합론을 이루기 위한 가장 좋은 카드로 정 전 총장을 꼽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 전 총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측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도 지역연합 카드로서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정 전 총장은 김대중 정부 때 고위공직 후보자로 몇 차례 천거된 적이 있다. 여권 관계자는 “정 전 총장의 지지율이 현재는 1% 가량에 그치고 있지만 만일 그가 범여권 단일후보가 될 경우에는 호남ㆍ충청 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이 합리적 중도개혁 성향으로 평가 받는 것도 범여권의 지형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의 성향이 범여권의 대통합 노선인 중도개혁 노선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정 전 총장이 깃발을 들면 반(反) 한나라당 세력 결집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 전 총장의 전문가 이미지는 상품의 품질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경제 문제 해결이 이번 대선의 주요 이슈가 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이 요구에 부응하는 경제 지도자로서의 소양을 갖췄다는 평가는 그의 큰 매력이다. 서울대 총장으로 재임하며 쌓은 교육 전문가 이미지도 도움이 된다. 그는 총장 재임 시절 입시에서의 대학 자율권 등을 주장하며 교육부와 부딪치는 등 소신을 꺾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전문가 이미지는 과거 보다는 미래 지향적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그가 비(非)정치인이라는 점도 기존 정치에 식상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는 강점이자 약점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이게 약점-정치적 자산 부족…대선후보 돼도 폭발력 의문 '엘리트 출신' 걸림돌 될 수도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자신의 강점이 곧 약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때가 묻지 않은 참신함, 충청권 출신, 경제학자, 대학총장 경력 같은 장점들이 표적이자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 총장의 가장 큰 약점은 그가 이른바 ‘정운찬 붐’을 일으킬만한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부에서는 국민참여 경선만 거치면 ‘제2의 노무현’이 돼 인기를 단숨에 모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노 대통령과 정 전 총장의 대선 1년 전 입지와 사정이 크게 다르다는 반론이 적지 않다.

노 대통령은 일단 당시 지지율에서 8%대로 여당 내 2위권을 유지, 지금 정 전 총장(1~2%대) 보다 훨씬 높았다. 또 5공 청문회 스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부산 출마 후 낙선경력 등 유권자의 뇌리에 기억되는 잠재력이 있었지만 정 전 총장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대선후보가 돼도 폭발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아울러 그는 정치적 능력을 제대로 검증 받은 적이 없다. “아직 말하는 것에 익숙치 않고 언론에 내보내는 메시지를 정확히 잡지 못하고 있다”(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지적처럼 그는 정치 초보다.

서울대 총장을 빼곤 조직을 관리한 경험이 없는 그가 정글과도 같은 선거 판에서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크다. 그래서 이수성 이홍구 전 총리와 조순 전 경제부총리와 같은 학자 출신 인사의 대권 도전 실패 사례도 거론된다.

정 전 총장을 지지하는 의원과 정치세력은 그를 정치적 보스로 모시기 보다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대항마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따라서 대선에 나선다 해도 상황이 안 좋아지면 후보입지가 바로 흔들리면서 용도 폐기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밖에 그가 뚜렷한 정치적 신념과 비전을 보여주지 않아 여권의 지지자들이 결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그에게 관심을 보인 적도 있을 정도로 그의 정치적 이미지는 모호하다. 경기고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 이미지가 서민 중산층을 공략하려는 여권 선거전략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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