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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24시] <8> 원희룡의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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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24시] <8> 원희룡의 12월 28일

입력
2006.12.29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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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 레이스에 합류한 한나라당 원희룡(43) 의원은 28일 스스로를 “조직도 돈도 세력도 없고 당내에선 왕따에 가깝다”고 했다. 지난 1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그의 지지율은 현재 미미하다. 그가 속한 소장파 의원 그룹인 새정치수요모임마저 그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아 그야말로 외롭고 험한 길을 가고 있다.

이런 처지를 아는지, 그의 둘째 딸 서영(11)이가 며칠 전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고 한다. “아빠, 진짜 대통령 되려고 나가는 건 아니지?” 가뜩이나 “차차기 대선을 위한 포석 아니냐” 같은 질문을 많이 받던 터였다.

이런 물음에 대한 원 의원의 대답은 한결같다. “연습 삼아 나가는 게 아니다. 2001년 마라톤을 처음 시작할 땐 운동장 두 바퀴를 돌고 현기증 때문에 쓰러졌지만, 어느 새 실력이 붙어 풀 코스를 여덟 번이나 완주했다. 대선이란 목표를 향해서도, 지금은 걷는 것부터 시작하지만 곧 속도가 붙어 완주하게 될 것이다.”

28일 하루 종일 지켜 본 원 의원은 출마 선언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된 듯 했다. ‘이미지에만 신경 쓰는 온실 속 소장파’와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이날 오후 국회 헌정회관에서 열린 수요모임 대학생 아카데미 특강. 그는 “부동산 문제로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한다면 앞장서겠다”, “부동산 말고는 꿀릴 게 없다는데, 한판 붙자는 것이냐”, “통합의 중심에 서야 할 대통령이 말싸움의 선봉에 서 있으니 국민 속이 뒤집어진다” 같은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특강이 끝난 뒤 “당 지도부만 비판하는 ‘좌파 반골 돌출분자’라는 오해를 씻고 싶다”고 말했다.

오전 청와대 앞에서 열린 ‘대ㆍ중소기업 상생협회’의 대기업 횡포 규탄대회에 참석하고 여의도로 이동하는 카니발 승용차 안. 강추위에 곱은 손을 차량용 헤어드라이어 바람으로 녹이면서 원 의원은 당 걱정부터 했다. 그는 “당 고정 지지층의 입맛에 딱 맞는 후보만 찾는, ‘보수 회귀 대세론’이 팽배하다”면서 “보수, 영남, 과거 권위주의 시대 집권세력이 부활했다는 이미지로는 정권 탈환에 100% 실패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그런 이미지를 강화할 위험을 안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당 안팎엔 원 의원이 직접 출마하기보다는 손학규 전 경지지사를 지지해 중도개혁 세력의 몸집을 키울 것을 권유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대해 원 의원은 “수요모임마저 줄 서기에 가담하면 당 개혁그룹이 녹아 없어질 것 같다는 위기 의식을 느꼈고, 또 개혁 목소리가 다양하게 나오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발표할 정책들의 기조는 불로 소득이 기업가 정신과 근로 의욕을 꺾는 부조리를 없애고,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교육제도를 개혁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했다.

원 의원은 애주가이자 컴퓨터게임 마니아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거의 끊었다. 시간도 없거니와 “최소한 그 정도는 인내해야 길이 열린다”는 생각에서다. 미미한 지지도에 대해 그는 “인지도가 낮아 지지도가 오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중에게 노출될 기회를 많이 만드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힘들어도 굳세어라, 희룡이!” 이날 수요모임 특강을 마치며 원 의원이 외친 말이다. 어려운 길을 가기로 선택한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듯 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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