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함께 5,6일 이틀간 다녀온 '핵 실험 후 금강산'은 쓸쓸했다. 눈 쌓인 겨울 금강, 개골산 나름의 풍광을 빼면 황량하기 그지 없었다.
관광지 특유의 활기도 보이지 않았다. 하루 3,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금강산 숙박시설 가운데 호텔 2곳은 지난달부터 문을 닫았다. 관광객들로 북적대야 할 각종 식당, 판매점도 파리만 쫓고 있었다. "평일 하루 관광객 수는 50~300여명에 불과하다"고 현대아산측은 설명했다.
겨울철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상황은 심각했다. 지난달 금강산 관광객 수는 9,500여명. 2만여명이 금강산을 찾았던 9월의 반도 안 됐다. 하루 관광객 600명 제한조치가 취해졌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3,000여명이나 적은 수치다. 사업의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금강산에 진출한 남측 업체 관계자는 "큰 돈 벌겠다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북한 핵실험 이후 관광객이 줄어들어 사업 존속이 어려울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성수기에는 1,000여명 넘게 일하던 북측 인원도 가동되는 시설이 줄어든 탓에 대부분 놀고 있다. 관광객 1인당 대가 형태로 넘어가는 현대의 송금액도 절반 이상 줄었다.
사업자들을 더욱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북측의 처사다. 핵 문제나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사업은 제대로 굴러가기 어렵다. 금강산 사업이 부진하면 북측도 손해다. 그런데도 북측은 미국과의 6자회담 줄다리기 속에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북측은 금강산 온정리 초입에 "금강산 관광객을 동포애적 심정으로 환영한다"는 특유의 붉은색 구호 간판을 새로 내걸었다. 이 말이 유난히 낯설고 공허하게 들린 것은 기자 혼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정상원 정치부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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