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피지에서 5일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피지 군대를 이끄는 프랭크 베이니마라마 해군 준장은 이날 수도 수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군부가 오후 6시를 기해 정부와 국정을 장악했다”며 “헌법에 의거해 대통령 권한 중 일부를 행사할 수 있는 특별권한을 부여받아 라이세니아 카라세 총리를 축출한다”고 쿠데타 성공을 선언했다. 베이니마라마 준장은 라투 조세파 일로일로 대통령에게 다음주 권한을 되돌려줘 임시정부를 구성토록 하고 조기 총선도 실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구 90만의 피지는 연 40만명 관광객을 유치하는, 남태평양에서 가장 부유한 섬나라이다. 한국 교민도 1,000여명 살고 있다. 하지만 토착인계와 인도계의 권력 다툼으로 1987년 이후 이번까지 4차례 쿠데타가 발생할 정도로 정정이 매우 불안하다.
카라세 총리는 일부 각료와 함께 가택연금된 상태이며, 쿠데타가 발발하자 호주에 군사 개입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하는 등 권력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카라세 총리는 2000년 인도계 베이니마라마 장군의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으나 쿠데타 연루자 사면과 토착인에 유리한 토지법을 제정하며 베이니마라마 준장과 충돌, 군부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아왔다.
영연방이 피지의 회원국 자격 박탈을 검토하는 등 쿠데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는 “양국 방위 협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며 피지 군부 인사와 그 가족들의 뉴질랜드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호주 외무부도 카라세 총리의 축출이 확인되면 제재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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