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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용 감독 '흥국생명 해고조치' 부당함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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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용 감독 '흥국생명 해고조치' 부당함 토로

입력
2006.11.0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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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만덕 감독과 함께 운동할 수 없다. 감독을 퇴진시켜라!”

지난 2003년 4월23일 밤. 현대캐피탈 선수 14명이 숙소를 집단 이탈했다. 송만덕 감독이 주전센터 방신봉과 리베로 이호를 은퇴시키려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튿날 현대캐피탈은 방신봉 등의 퇴출을 취소했지만 선수들은 “코칭스태프와 프런트를 당장 해고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쿠데타는 단 하루 만에 진압됐다. 지도자를 내쫓으려는 선수와는 결코 협상하지 않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굳었기에 가능했다. “상식 밖의 요구를 일삼는 선수에 휘둘리느니 배구단을 해체하겠다.” 이계안 현대캐피탈 회장(현 국회의원)의 엄포에 선수들은 백기 투항했다.

현대캐피탈과 달리 여자배구 흥국생명에서 일어난 쿠데타는 성공했다. 흥국생명 선수 10명은 9월13일 새벽 숙소를 무단 이탈했다. 전날 세화여고와의 연습경기 도중 김철용 감독 앞에서 수건을 팽개치고 코트를 떠난 최고참 구기란이 선동했다. “내가 모든 걸 책임지겠다. 회사와는 이미 이야기가 끝났다. 걱정하지말고 나를 따르라.” 구기란은 후배들을 이끌고 전임 단장인 오용일 흥국쌍용화재 사장을 찾아갔다.

흥국생명 경영진은 현대캐피탈과 달리 선수를 두둔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1일 김철용 감독을 해고했고, 구기란의 장담은 현실이 됐다. 창단 36년 만에 우승을 안겨준 감독을 내쫓는 쿠데타를 승인한 셈이다.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우승을 이끈 감독을 내친 건 흥국생명이 처음이다.

김철용 감독은 7일 몇몇 취재진에게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구단이 나를 원하지 않으면 사표를 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 잘못도 없는 이도희 코치로부터 사표를 받아내라는 지시는 따를 수 없었다. 게다가 해고 이유로 ‘불성실한 감독 직무 수행’을 들었는데 동의할 수 없다. 불성실한 감독이 어떻게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겠는가?”

흥국생명 이승규 사무국장은 “불성실한 직무 수행으로 징계를 받은 김철용 감독에게 잔여 연봉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지난 2월 연봉 1억원에 2년 계약을 맺어 임기가 1년 4개월이나 남았다. 그는 “명예 회복만 된다면 깨끗이 물러나고 싶다. 남은 연봉에 연연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불성실한 감독이라는 누명은 반드시 벗어야겠다”고 강조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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