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에서 터져나왔던 미국과 유럽의 충돌이 레바논 사태를 놓고 다시 첨예하게 불거지고 있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3일 ‘유럽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의 무력충돌에 대해 외교해법에 주력하고 반면 미국은 일방적인 이스라엘 편들기를 하며 무력사용을 용인하고 있어 양측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궁극적인 목표는 같지만 방법에 이견이 있다는 것이다. 유럽은 헤즈볼라의 배후세력인 이란을 중동문제 해결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싶어하지만 미국은 이란은 물론 시리아까지 아예 대화상대로 접어놓고 헤즈볼라의 일방적인 무장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3일 유럽을 대표하는 프랑스와 미국이 내놓은 중동문제 해결안만 봐도 차이가 확연하다. 1단계로 양측이 즉각 휴전한 뒤 영구적인 평화안을 제시하고, 2단계로 대규모 다국적군을 투입해 완충지대를 만든다는 것인데, 즉각 휴전(프랑스)과 완충지대 설정(미국)이라는 양측의 주장을 절충한 해법이다.
분쟁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견은 상이한 역사적 경험에서 나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유럽은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전쟁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을 체험한 반면 미국은 본토가 처음 공격당한 9ㆍ11 테러와 이후 중동사태를 테러와의 전쟁 연장선에서 이해하고 있다. 헤즈볼라 뿐 아니라 이란과 시리아, 이라크까지 적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뿌리 뽑아 민주화를 시켜야 한다는 인식이다. 이런 시각차 때문에 유럽은 중동분쟁의 초점을 민간인 피해 중단에 맞춘 반면 미국은 ‘악당’을 제거하기 위한 무력사용을 강조해왔다.
레반논내 시아파 무장세력인 헤즈볼라에 대한 시각차도 하늘과 땅차이다. 미국은 헤즈볼라를 알 카에다와 같은 테러집단으로 규정한 반면 유럽은 헤즈볼라를 레바논내 합법적 정치조직으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중동내 영향력 유지를 위해 레바논과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프랑스와 레바논을 헤즈볼라의 지원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는 미국과의 시각차가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하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_헤즈볼라 무력충돌이 결국 유엔을 통해 해결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유럽은 각국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무슬림들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고, 미국도 막대한 전쟁비용을 감당할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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