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틈틈이 전화통화를 시도하다 지쳐서 더 이상은 전화를 걸지 않게 된 친구가 있다. 그녀와 친하게 어울리던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문득 생각나 전화를 했는데 통화가 됐다. 너무 기뻤으나, 그녀는 남편과 모처럼 외식 중이라며 오기를 거절했다. 그 전 같았으면 마주 반기며 남편과 함께 나중에라도 합류했을 것이다.
그것이 유일한 통화였다. 생각해 보니 그때도 내가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이용해서 나인 줄 모르고 전화를 받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그녀 인생에서 퇴출된 모양이다. 나도 그녀를 좋아했지만 그녀도 내게 과분할 정도의 호감을 가졌었다. 그 호감을 지키지 못한 게 씁쓸하다.
몇 년 전, 우리가 따르는 한 어른이 명륜동으로 이사를 했다. 그 집들이 연락책을 맡아 그녀에게도 연락했는데 오기로 하고 오지 않았다. 그 며칠 후 웬일인지 궁금해서 다시 전화했다. 그녀는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시무룩이 "근데 무슨 일이라구요?" 물었다.
순간 벌컥 화를 내며 전화를 거칠게 끊어버렸다. 다른 일은 머리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큰일이 그녀에게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건 그녀의 마음이 굳게 닫힌 뒤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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