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륜산(崑崙山)은 하늘에 닿을 만큼 높고 보옥(寶玉)이 나며 신선들이 산다는 전설의 산이다. 전국시대 이후 신선설(神仙說)이 유행하면서 불사(不死)의 물이 흐르고 선녀 서왕모(西王母)가 산다는 신화의 산이 되었다.
중국인들은 황하의 발원지로 믿는다. 그러나 지도 상으로 중국에 쿤룬산맥은 있으나 곤륜산은 없다. 쿤룬산맥은 전설의 산 곤륜산에서 이름이 유래된 셈이다.
곤륜산의 원래 이름은 불교식의 수미산(須彌山)이고, 현재 이름은 쿤룬산맥의 주봉인 카일라스산을 가리킨다는 설도 있다. 해발 6,714㎙의 카일라스산은 흰 눈으로 덮인 피라미드 모양의 산으로, 티베트어로 눈의 보배라는 뜻의 깡런뽀치(崗仁波齊)로도 불린다.
■ 쿤룬산맥의 옆구리를 감거나 혹은 뚫고 열린 칭짱(靑藏)철도가 개통된 지 한 달이 되었다. 중국 칭하이(靑海)성 거얼무(格爾木)와 티베트의 라싸를 잇는 1,142㎞의 이 철도는 평균 해발이 4,500㎙이고 탕구라(唐古拉)역은 해발 5,068㎙에 있어 '하늘길(天路)'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졌다.
지금까진 쿠스코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 티티카카호(해발 3,810㎙)에 이르는 페루 고산열차가 해발 4,829㎙까지 올라가 가장 높은 철도로 기네스북에 올랐으나 이젠 칭짱철도에 최고(最高) 철도의 자리를 내주게 됐다.
■ 칭짱철도는 1950년 티베트를 강점한 마오쩌둥(毛澤東)이 꿈꾸어온 길이다. 실제로 1973년에 착공까지 했으나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아 중단했다가 2001년부터 외국기업의 도움을 얻어 공사를 재개했다.
티베트에 접근하려면 항공기를 이용하거나 열흘 넘게 걸려 산악험로를 통과해야 했으나 이 철도의 개통으로 베이징에서 4,064㎞ 떨어진 라싸까지 30분 모자라는 이틀이면 도착할 수 있게 됐다. 베이징 외에도 청뚜(成都) 충칭(重慶) 란주(蘭州) 등에서도 출발할 수 있어 티베트로 가는 길이 한결 가깝고 편리해진 셈이다.
■ 중국은 이 철도 개통으로 티베트를 정치ㆍ경제적으로 중국에 완전히 통합시킨다는 목적 외에 앞으로 이 철도를 인도 네팔 등 남아시아국가와 연결시킬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
하늘길이 열리자마자 관광객이 쇄도,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어 당국에서 단체여행객을 사절하고 여행 자제를 당부할 정도라고 한다. 다가가기 쉬워진 만큼 태고의 아름다움과 신비에 싸인 티베트지역이 오염된 관광지로 변모할 몇 년 후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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