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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게르만족의 대이동, 유럽의 폭풍' 야만이 전부? 게르만 정신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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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게르만족의 대이동, 유럽의 폭풍' 야만이 전부? 게르만 정신의 재발견

입력
2006.06.26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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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만족의 대이동, 유럽의 폭풍

페터 아렌스 지음ㆍ이재원 옮김/들녘 발행ㆍ1만3,000원

“…금발의 무리를 이끈 헤르만이/ 전투에서 이기지 못했다면/ 더 이상 독일의 자유는 없었으리라….”

독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는 1844년 독일 민족의 각성과 통일을 염원하며 게르만 케루스키족 아르미니우스를 ‘독일 민족성의 승리’의 상징으로 찬양했다.

아르미니우스는 서기 9년 토이토부르거 숲(현재의 독일 칼크리제산)에서 로마 3개 군단을 몰살시킨 ‘독일 최초의 민족 영웅’으로, 마르틴 루터도 ‘헤르만’(군대 지도자란 뜻)으로 이름을 바꿔 로마가톨릭에 맞선 종교개혁 운동에 이용하기도 했다.

라인강과 도나우강 너머 음울한 삼림과 늪, 그리고 스칸디나비아의 얼어붙은 숲과 바다는 지중해 정주 문명에 끊임 없이 도전한 게르만인의 고향이다. 게르만인들은 역사 교과서에서처럼 375년 훈족에 쫓겨 느닷없이 역사의 무대에 튀어나왔다가 200여년 만인 568년 서로마 멸망 이후 퇴장한 게 아니다.

멀리는 기원전 113년 로마 영토를 휘저은 킴브리족부터 중세 이후 프랑스 러시아 영국 시칠리아를 침공한 노르만인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선진 정주 문명에 생생한 야만의 힘을 수혈했다. 중원 정복자의 요람인 몽골 대초원같이 게르마니아와 스칸디나비아도 야만족의 영웅과 전사들을 잉태했다.

이 책은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묘사하듯 웃통을 벗어 젖힌 채 외날 칼로 나무 방패를 두드리며 괴성을 질러대는 게 게르만족의 전부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들의 역사가 어떤 정신적 물질적 유산을 남겼으며, 근대 독일에서 어떻게 재발견되는가를 짚는 것도 다른 책에서 찾기 힘든 대목이다. 이밖에 스웨덴 국가 문장 속의 두번째 왕관이 문명 파괴자로 악명이 높았던 고트족을 상징하는 이유 등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안준현 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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