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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의 막전막후] 청춘 찬가 '임대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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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의 막전막후] 청춘 찬가 '임대 아파트'

입력
2006.06.26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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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관객은 넓은 경기장의 스탠드를 좋아하면서 한편으로 궁색한 뒷골목 지하 공간의 소극장에도 끌리는 것일까? 다리를 뻗을 수도, 등받이에 상체를 푸욱 맡길 수도 없는 소극장의 객석에 앉아 보자. 소극장 연극의 매력은 무엇일까? 극단 ‘놀땅’이 재공연중인 연극 ‘임대 아파트’를 보면 답을 구할 수도 있겠다. (김한길 작 연출)

‘임대 아파트’, 고단한 삶의 잔상들이 겹치는 제목이지만 삶이 잠시 깃드는 청춘에 관한 찬가이자 응원가를 뜻하는 듯하다. 젊음이라는 임대 아파트에서 우리가 월세처럼 지불해야 하는 것은 꿈꾸는 일, 그리고 좌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극은 더 사랑하고 더 꿈꿀 것을 권한다.

감독 지망생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재생(임학순)과 무명 배우인 정호(지우석)는 친구다. 영세 업체의 의류 디자이너인 정현(이지현)은 정호의 여동생이자 재생의 연인이다. 이들은 꿈을 향한 장애물 경주와 같은 삶에서 번번이 낙오한다.

연극은 그들의 남루한 방에서 싸구려 샴페인이 터지는 날, 일상이 축제로 솟을 수 있는 순간을 향해 달린다. 여기에 일본 배낭여행에서 만난 유까(조하연)와 사랑에 빠진 정호 동생 정수(김강현)의 연애담이 끼어 들고, 정호가 못 잊는 죽은 애인 선영(김선미)의 잔영이 걸쳐진다. 연극은 내내 피시식 웃음을 터뜨리게 하고 우정, 사랑, 형제간의 우애 등 따뜻한 에피소드로 공감을 길어낸다. 장면 전환을 위한 소품 및 소도구의 이동 없이도 한 공간을 재생과 정호의 임대 아파트로 활용하는 연출력이 매끄럽다.

이야기도, 무대공간도 살아 있지만 이 연극의 리얼리티는 단연 연기에 있다. 최근 소극장 연극의 주된 흐름을 반영하듯 생기 있는 캐릭터 구축과 창조가 연극의 실감을 상승시킨다. 소극장이 점령한 오늘날 극장 환경 속에서 배우에게 필요한 것은 아우라나 카리스마가 아니다. 친근함과 섬세함이 연기술의 정수를 구성한다.

객석과 무대 간 근거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소하지만 진실된 이야기, 그리고 큰소리 치지 않는 주제 전달력 등이 연극적 재능이 되고 있다. 관객은 여기에 뜨겁게 호응한다. 왜 인가?

어쩌면 우리는 위무 받고 싶은지도 모른다. 사방을 둘러싼 소음과 넘치는 볼거리들, 대화에 집중할 수 없게 하는 핸드폰이라는 사물의 역설…, 눈과 귀를 가린 일상 속에서 타인의 감정을 섬세하게 읽어내고 주목하고 경청하는 일이 그리운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경기장 못지않게 극장은 여전히 가치롭다.

연극 ‘임대 아파트’에는 요즘 우리들의 들뜬 일상을 가지런히 달래주는 울림이 있다. 7월 16일까지. 연우무대 소극장. 극작ㆍ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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