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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2006/ 아프리카, 희망의 불씨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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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2006/ 아프리카, 희망의 불씨 살렸다

입력
2006.06.26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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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축구의 돌풍이 계속되고 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카메룬의 8강 신화는 신호탄에 불과했다. 94년과 98년에는 나이지리아가 연속으로 16강에 올랐다. 나이지리아는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카메룬이 스페인을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세네갈이 개막전에서 프랑스를 격침시킨 뒤 8강까지 진출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처녀 출전한 가나가 16강 티켓을 거머쥐며 바람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축구는 선수들의 천문학적 몸값을 감당할 만한 자금력과 과학으로 뒷받침된다. 그러기에 1인당 국민소득 200~400달러의 빈국들의 도약은 수수께끼다. 그런데도 아프리카에서 월드컵 우승팀이 나오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아프리카에서 축구는 희망이다. 흙먼지 풀풀 나는 맨땅을 누비는 소년들의 꿈은 오직 하나다. 디디에 드로그바(첼시) 마이클 에시엔(첼시)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아스널) 처럼 유럽 축구 무대에 진출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 부족이나 마을에 걸출한 축구 선수 1명만 있어도 친척까지 모두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아프리카의 빈국들에도 소년들에게 첨단 축구를 가르치는 명문 축구아카데미가 곳곳에 있다. 입학하는 축구 꿈나무는 일족의 운명을 등에 진다. 유럽의 명문리그로 진출하기만 하면 대박이 터지기 때문에 부모는 물론 친족들까지 버거운 등록금 등 경제적 부담을 감수한다. LPGA에 진출하는 골퍼들을 양성하는 한국 부모들의 심정을 극단화해 생각하면 된다.

이 같은 엘리트 교육기관이 또 다른 식민주의라는 시각도 있다. 유럽 축구 클럽들에게 아프리카는 싸고 재능 있는 재목들이 넘쳐나는 ‘황금어장’이다.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에 너도나도 축구 학교들을 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헐값에 어린 선수를 사서 유럽 클럽에 비싸게 되파는 신종 축구 노예상인들이라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축구는 훌륭한 외교수단이다. 가난하지만 축구발전에 온 국력을 기울인다. 토고 가나 등 이번 독일월드컵에 처음 나온 나라들이 월드컵 출전이 확정된 날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한 것은 변방의 아프리카 나라가 세계인들의 이목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선수들은 골을 넣은 뒤 그들만의 토속춤으로 골 세리머니를 펼친다. 아프리카의 춤사위가 세계인의 시선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월드컵 뿐이다.

축구에 대한 전 대륙적인 관심 덕분에 아프리카 축구는 해가 다르게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각 대회 마다 듣도 보도 못한 나라들이 출전국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는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출전 5개국 중 튀니지를 제외한 토고 코트디부아르 가나 앙골라는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물론 최근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팀은 ‘영원한 복병’으로 남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타고난 신체조건을 뒷받침할 만한 전술과 조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나 축구 당국에 만연한 부패도 축구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어떤 경우든 아프리카 축구의 가장 큰 원동력은 선진국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해보려는 아프리카인의 뜨거운 소망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미국 전 후 가나 미드필더 마이클 에시엔의 말이 이러한 이런 정서를 그대로 담고 있다. “우리는 아프리카인을 위해 이겼다. 가나를 통해 아프리카의 꿈은 이어져야 한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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