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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은 쇠기러기와 전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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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은 쇠기러기와 전쟁중

입력
2006.06.0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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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철원군 농민들이 쇠기러기 떼와 한판 전쟁을 치르고 있다. 겨울 철새인 쇠기러기가 여름이 오도록 떠나지 않은 채 심어진 지 얼마 안 되는 모를 빼먹고 있기 때문이다.

쇠기러기들은 인적이 드문 민통선 북쪽 마을인 철원읍 대마리, 동송읍 양지리, 갈말읍 정연리 등에서 텃새마냥 활동하고 있다. 쇠기러기들은 원래 10월초에 왔다가 4월말이면 러시아 등으로 돌아가는데 수 년 전부터 수천마리가 아예 가지 않고 남아 있다고 철원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들은 부근에 먹이가 많고 서식환경도 좋아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에서는 농민들이 방범대를 조직해 쇠기러기를 쫓느라 애를 먹고 있다. 방범대원들은 허수아비를 설치하고, 딱총으로 위협하는 등 나름대로 묘안을 짜내고 있으나 쇠기러기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나라에서 모든 야생 동물은 마음대로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철원읍 대마1리 박성준(49) 이장은 “쇠기러기들이 돌을 던져도 한 발짝 옆으로 폴짝 뛰기만 하고 도망가지 않는다”며 “대마1리에서만 10여 농가가 모내기를 다시 했을 정도로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쇠기러기들은 200~300마리씩 떼를 지어 다니며 어린 모를 뽑아 뿌리에 달려 있는 볍씨를 먹어치우고, 곤충이나 물고기 같은 먹이를 찾기 위해 다이빙을 하고 있어 쇠기러기가 한 번 왔다간 논은 쑥대밭이 되고 만다.

박 이장은 “지난해 고라니들이 농작물의 새싹을 먹어치워 피해가 컸는데 올해에는 쇠기러기들이 나타나 논을 망쳐놓고 있다”며 “농번기에 할 일도 많은데 쇠기러기까지 쫓아야 해 고달프다”고 하소연했다.

철원=곽영승 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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