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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2주년/ 초일류 기업 - 자산운용, 펀드투자 전성시대… 돈의 흐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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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2주년/ 초일류 기업 - 자산운용, 펀드투자 전성시대… 돈의 흐름 바뀐다

입력
2006.06.0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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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던 펀드 투자가 이제 ‘돈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부동산은 버블 우려감에, 은행 예금은 금리가 너무 낮아 갈 곳을 잃은 유동성이 주식 직접 투자의 위험을 피해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로 흡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4년부터 적립식 펀드 열풍이 불면서 펀드를 통한 주식투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2000년 말 138조원이었던 전체 펀드 설정액은 올해 5월26일 기준 232조원으로 늘어났고, 이중 주식형 펀드는 2000년 4조원에서 37조원으로 8배 이상 급증했다.

정보 얻기가 어려운 해외 투자도 간접 투자를 이용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해외 주식투자도 급증했다. 게다가 지난해 말 퇴직연금제도까지 도입돼 국내 자산운용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크게 높아졌다. 최근 ING, JP모건 등이 국내에 자산운용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외국 금융회사들이 국내 펀드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증거다.

인수ㆍ합병 통해 몸집 키우기 및 판매채널 확보

‘펀드 전성시대’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외국계 운용사들의 진출이 잇따르자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재도약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우선 인수ㆍ합병(M&A)을 통해 금융지주회사나 금융 그룹 내로 편입돼, 몸집도 불리고 판매 채널도 넓힌 사례가 주목된다. 과거 투신 시절 외환위기와 대우채 사태, SK글로벌 사태 등을 거치면서 막대한 부실을 떠안았던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은 지난해 각각 동원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에 인수되면서 클린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들 옛 투신사들은 증권과 운용사를 모두 거느리고 있는데, 이중 대한투신운용과 한국투신운용 등 자산운용사들은 인수 과정에서 하나은행과 옛 동원증권이라는 새로운 판매 채널을 확보했다. 역시 지난해 초 LG투자증권이 우리금융지주에 인수되면서 우리자산운용(옛 LG투신운용)도 우리은행이라는 새로운 판매채널을 확보, 고객 자산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인수ㆍ합병 전략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회사는 미래에셋이다. 증권사가 중심인 다른 투신권 금융회사들과 달리 운용사가 중심인 미래에셋은 이미 2003~2004년 사이에 SK투신, 세종투신 등을 인수ㆍ합병해 맵스자산운용을 설립, 기존의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투신운용과 함께 3개의 운용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 운용사의 설정액 합계는 지난해 초 겨우 5조원대였으나, 올해 5월 중에는 18조원으로 급증, 20조원 전후인 대형 3사(대투운용, 삼성투신, 한국운용)를 바싹 뒤쫓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래에셋은 지난해 SK생명(현 미래에셋생명)을 인수함으로써 펀드 판매 채널은 물론 기관 고객까지 확보하는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외국계 합작, 독자상품 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

외국계 운용사와의 합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유럽계 금융그룹인 UBS와 크레디트스위스(CS)는 각각 대투운용과 우리자산의 지분을 인수해 국내 자산운용업계에 뛰어들 예정이다. 이미 국내사와의 합작을 통해 진출한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도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펀드에 대한 욕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외국 운용사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해외투자펀드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오랫 동안 연기금투자풀을 운영해 오면서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쌓아 온 삼성투신운용은 독자적 상품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국내 투자자에게는 생소했던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상품을 소개해 온 삼성투신은 앞으로도 운용 기법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해 개인들도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상품들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 한국금융지주는 아예 한국운용과 별도로 밸류자산운용이란 전문 운용사를 설립, 10년 장기투자를 목표로 단기 성과보다는 꾸준히 안정적 수익을 내는 데 집중하는 펀드를 운용키로 했다.

자산운용협회 윤태순 회장은 “우리나라는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과 예금에 들어 있는데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개인들이 노후를 위해 ‘저축이 아닌 투자’를 시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아직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규모가 작지만 우리 펀드시장을 노리고 들어오는 외국계 회사들에 대항해 다양한 방법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 자산운용사 CEO에게서 듣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적자에 허덕였던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지난해 적립식 펀드 열풍과 증시 활황 덕분에 대부분 흑자로 돌아섰다. 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이제 회사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5월말 기준 수탁액 1위(20조원)인 대한투신운용의 한동직(50) 사장은 2010년까지 수탁액을 지금의 두 배인 46조원으로 늘려 ‘규모의 경제’를 이룰 계획이다. 한 사장은 “국내 자산운용업계는 앞으로 자산규모 면에서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자산규모 확대를 통한 비용절감으로 가격경쟁 압력을 극복,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상대적 운용성과를 중시했던 그동안의 관행에서 벗어나, 투자위험 관리를 철저히 하고 원금 손실을 최소화해 고객에게 실질적 수익을 안겨주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대투운용과 근소한 차이로 수탁액 1, 2위를 다투는 삼성투신운용의 강재영(54) 사장은 2010년 글로벌 자산운용전문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인력, 정보기술(IT) 인프라, 고객서비스 수준 등을 선진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전산 등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아 직접판매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 강 사장은 “올해는 증권회사, 은행 등 기존 판매채널와의 제휴도 강화하겠지만, 동시에 운용사 직접 판매와 퇴직연금 운용이 가능하도록 선진적 시스템을 갖추는 데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신운용의 김범석(49) 사장은 ‘양보다 질’을 강조했다. 김 사장은 “주식형 펀드와 개인 대상 공모펀드 판매에 주력해 수익성을 높이는 ‘질적 성장’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채권형 펀드와 기관자금 운용은 수수료율이 주식형 및 개인대상 펀드에 비해 훨씬 낮다. 김 사장은 또 지난해와 올해 높은 성과를 올린 거꾸로 펀드, 삼성그룹주 펀드와 국내 최초로 국내외 펀드평가사의 자문을 받아 운용하는 해외 재간접펀드처럼 독창적이고 안정적인 신상품을 개발해 고객에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투신운용, 맵스자산운용으로 구성된 미래에셋운용그룹은 1년 만에 수탁액이 3.6배로 급성장한 ‘무서운 신예’다. 미래에셋자산의 구재상(42) 사장은 “국내 처음으로 뮤추얼펀드를 도입한 이래 장기간 안정적이면서 높은 성과를 올린 것이 비로소 인정 받았다”면서 “투자자문과 일임까지 합칠 경우 그룹 내 3사의 수탁액은 22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구 사장은 앞으로 인재 확보와 시스템 구축, 해외 법인 설립 등에 아낌없이 투자해 고객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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