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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2주년/ 초일류 기업 - 철강, "글로벌화" 생존 게임…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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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2주년/ 초일류 기업 - 철강, "글로벌화" 생존 게임… 해외로…

입력
2006.06.08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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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 철강업계의 화두는 인수합병(M&A)과 신흥 거대시장인 중국의 부상이다.

전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M&A를 통한 통합ㆍ거대화의 흐름 속에 경쟁의 글로벌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제품 판매는 물론 기술개발, 원료확보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경쟁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원 블랙홀로 등장한 중국은 엄청난 물량의 저가 철강제품을 쏟아내며 세계 시장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철강업체인 포스코를 비롯,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국으로, 인도로, 브라질 등으로 부지런히 뛰고 있다. 중국 상하이 인근 장쑤성 장자항시에 자리한 ‘포항 불수강 공장’은 다음달 연간 60만톤 생산규모의 스테인리스 일관 제철소(쇳물부터 최종 완제품까지 하나의 생산라인으로 연결된 곳) 완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포스코는 중국 공략의 거점인 이 제철소에 10억 달러(약 9,500억원)를 투입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제철소가 완공되면 포스코는 연간 260만톤(국내 200만톤+중국 60만톤)의 스테인리스를 생산, 세계 3위의 메이저 업체로 떠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또 중국 업체와 동등한 조건에서 제품을 생산해 중원 대륙에서 한판 승부도 벌일 수 있게 된다.

고급 강재인 스테인리스 뿐만이 아니다. 포스코가 일반 강재를 생산하는 중국 철강업체를 인수하거나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는 두말할 것 없이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중국의 철강산업은 최근 5년간 연평균 20%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중이다. 중국내 철강수요도 올해 3억8,000만톤에 달할 전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앞으로 30년 동안 중국시장은 현재보다 8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며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포스코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프로젝트는 인도제철소 건립이다. 값싼 원료와 거대 시장을 아울러 갖춘 인도에서 백년대계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포스코는 2010년까지 37억 달러를 투입, 1단계로 400만톤을 생산하는 용광로를 짓기로 했다. 최종적으로는 120억 달러를 들여 1,200만톤의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값싸고 질 좋은 인도 철광석을 30년간 매년 2,000만톤씩 인근 철광산지에서 맘대로 갖다 쓰기로 계약한데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광양제철소보다 생산성도 30%이상 높을 것으로 예측돼 글로벌 경쟁력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국내 2위 철강업체인 현대제철은 일관제철소 건립에 ‘올인’하고 있다. 2011년까지 약 5조원을 투입, 연간 700만톤 규모의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중인 현대제철은 지난해말 호주의 BHP 빌리튼사와 2010년부터 철광석과 유연탄 확보계약을 맺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철근, H형강 등 1,000만 톤의 제품을 생산, 세계 2위의 전기로 업체이기도 한 현대제철은 “일관제철소 완공을 통해 열연코일 시장까지 진출하면 명실상부한 종합 철강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동국제강은 ‘글로벌 경영’을 통해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일찍이 세계로 눈을 돌린 동국제강은 지난해 말 착공한 150만톤 생산규모의 브라질 슬래브 합작공장(쎄아라스틸) 건설작업이 순항하고 있다. 쎄아라스틸은 세계 최대 철광석 업체인 CVRD와 동국제강이 합작투자한 법인으로 공장은 2008년 하반기 완공된다.

또 충남 당진 고대지역에도 최대 200만톤 규모의 후판(선박용 등으로 쓰이는 두꺼운 판재류) 공장을 2009년까지 짓기로 했다. 이 경우 동국제강의 후판 생산능력은 350만~450만톤에 달해 포스코(현재 330만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 철강업계 CEO에게서 듣는다

포스코 이구택 회장은 업계를 리드하는 화두를 자주 던지는 최고경영자로 유명하다. 적절한 시기에 국면 마다 단순 명쾌한 화두로 직원들을 독려하고 경영방침을 제시한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국내 철강업계가 휘청이던 올해 초 화두는 위기의식이었다. 그는 “철강경기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불황의 골짜기로 접어들고 있다”며 직원들의 정신 재무장을 강조했다. 이어 세계 제1의 철강업체인 미탈스틸이 2위 업체인 아르셀로에 대해 적대적 인수ㆍ합병(M&A)을 추진하면서 포스코의 M&A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그는 “우리는 M&A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돼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올해 포스코 창립기념일(4월1일) 기념사의 포인트는 도전정신과 원가경쟁력 강화였다. 이 회장은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하고 철강업도 마찬가지”라며 “선배들이 일궈낸 터전에 안주한다면 우리는 (경쟁에서 낙오돼) 텅 빈 제철소를 망연히 바라보게 될 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어 “어떤 상황에서도 경쟁사에 뒤지지 않는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강 시황이 다소 회복된 최근에는 “품질을 희생하면서 생산성을 높이고 원가절감을 해 봐도 아무 소용없다”며 품질 경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처럼 국면마다 조금씩 포인트를 달리하는 이 회장의 화두를 일관되게 관통하는 메시지는 창업세대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이어받아 글로벌 포스코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인도제철소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영일만과 광양만의 신화를 벵골만에서 재현해 가장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낼 때 중국의 도전을 뿌리치고 세계 속의 포스코로 우뚝 설 수 있다는 생각이다.

국내 철강업계의 작은 거인인 동국제강 김영철 사장의 경영 키워드는 ‘변화와 혁신’이다. “세계 무대에서 살아 남는 강한 기업이 되려면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남미 브라질에 쇳물과 철강 반제품인 슬래브를 만드는 공장을 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곳에서 제품이 생산될 때쯤인 2008년에는 충남 당진의 후판(선박 등에 쓰이는 두꺼운 철판) 생산 공장도 완공된다. 김 사장은 “후판은 동국제강이 1970년 한국에서 최초로 만들었다”고 강조한 뒤 “2008년 말 브라질 공장이 가동되면 이곳에서 제조된 슬래브를 국내로 들여와 후판으로 가공하는 일관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며 “그 때는 후판의 양과 질 모두에서 몰라보게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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