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쇼크'로 국내 증시가 번개 맞은 고목처럼 맥없이 꺾였다.
7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34.78포인트(2.67%)와 35.80포인트(5.98%) 폭락, 나란히 연중 최저치로 밀려났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점을 찍은 5월 11일에서 불과 1개월이 채 못 돼 양대 주식시장에서 110조 원이 넘는 돈이 허공으로 사라져 버렸다.
특히 코스닥시장이 코스피시장보다 훨씬 큰 폭으로 폭락하자 오후 1시 51분에는 코스닥스타선물 6월물이 6% 이상 급락, 5분간 프로그램 매매를 정지하는 '사이드카'가 4개월 만에 발동됐다.
이날 폭락의 일차적인 원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벤 버냉키 의장의 금리 인상 시사 발언이었다. 버냉키 의장은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를 감수하고서라도 인플레이션과 자산 버블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추가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달러 강세로 글로벌 유동성이 안전 자산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면서 미국ㆍ유럽에 이어 아시아 증시까지 주저앉았다. 특히 한국은 금융통화위원회가 8일 금리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는 터여서 낙폭이 더 컸다.
이 같은 우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에 대한 매도세를 다시 촉발시켰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두 시장에서 모두 매도 우위를 보이며 급락세를 주도했다.
'버냉키 쇼크'는 2004년 4월 원자바오 총리의 긴축 시사 발언으로 촉발된 '차이나 쇼크'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의 긴축 방침 때문에 큰 폭의 증시 조정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차이나 쇼크 당시 증시가 3개월 동안 900선에서 700선까지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는 점을 들어, 이번 쇼크의 부정적 효과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당분간 주식투자를 쉬었다가 조정이 마무리되는 국면에서 저가 매수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 윤세욱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조정 원인이나 폭락하는 모습 등이 차이나 쇼크 당시와 유사하다"며 "이번 조정도 유사한 기간인 3개월 반 동안 조정을 받는다면 8월 말이나 9월 초까지는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 심리적 지지선인 코스피지수 1,300선이 완전히 붕괴됨에 따라 1,200선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시장이 약세를 지속하는 동안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긴 그림에서 볼 때 대세상승은 유효하기 때문에 이미 손실을 본 투자자라면 손절매하지 말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대우증권 홍성국 리서치본부장도 "1,280선마저 깨졌기 때문에 다음주 미국 물가지수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하락 속도가 빨라 손절매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지선을 찾기 쉽지는 않지만, 국내 증시의 평균 주가이익비율(PER)이 9.5배 수준까지 내려가는 1,200대 초반 정도면 충분히 매수할 만한 가격대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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