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 도심을 흐르는 남강에 천연 기념물 제330호 수달이 나타났다. 수달은 산책하는 시민들은 아랑곳 않고 유유히 헤엄을 치고, 차량이 질주하는 도로 밑에서 길이 60cm가 넘는 잉어를 사냥하며 도심 속에서도 야성의 본능을 드러낸다. 이들은 어디에서, 어떤 경로를 거쳐 도심까지 흘러 들어온 것일까.
KBS 1TV ‘환경 스페셜’은 7일 오후 10시에 진주 남강에 터잡은 수달들의 생태를 HD(고화질) 영상으로 밀착 취재한 ‘수달, 도시로 오다’(연출 손성배)를 방송한다. 제작진의 당초 기획은 진양호에 서식하는 수달들의 생태를 카메라에 담는 것이었다. 진양호는 남강댐 건설로 형성된 인공 호수. 이 지역은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설정돼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된 덕에 수달 4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제작진은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새끼를 버리지 않는다는 수달의 모정, 수달 새끼가 성장해 독립하면서 겪는 영역 다툼, 멸종 위기종인 삵과의 목숨을 건 싸움 장면 등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남강에 수달이 출몰한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 영역을 넓혀 이동 경로를 추적하던 중 수달이 높이 34m, 경사 70도의 댐 구조물을 기어 올라 작은 구멍을 통해 댐을 넘는 장면을 포착했다.
수달이 위험을 무릅쓰고 댐을 넘어 도심 하천으로 진출한 까닭은 무엇일까. 보다 전문적인 조사 연구가 필요하지만, 마리 당 넓게는 반경 10km에 이르는 세력권을 형성하는 수달의 특성 때문으로 추정된다. 개체수가 늘면서 영역 다툼에 밀린 수달이 새 서식지를 찾아 나선 것이다. 최근 남강의 수질이 깨끗해지고 그에 따라 먹이가 풍부해졌다는 것도 한 요인이다.
그러나 자연 하천 복원 작업이 이뤄졌다지만 여전히 도심은 수달이 터잡고 살기에 위험한 곳이다. 진양호도 더 이상 안전한 서식처가 아니다. 곳곳에 불법 그물과 통발이 쳐 있기 때문이다. 취재 도중 통발에 걸려 죽은 수달 한 쌍이 발견되기도 했다. 제작진은 “어렵게 도심을 찾은 수달이 사람과 공존할 수 방안을 찾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KBS의 TV 활용 교육(TIE) 프로그램으로, 방송 후 전국 중ㆍ고생을 대상으로 시청 소감을 받아 수상작을 선정, 시상한다.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 홈페이지(office.kbs.co.kr/tie2006) 참조.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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