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초조함과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판세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이는 한나라당과 고전을 면치 못하는 열린우리당이 하는 고민은 천양지차다. 처지가 다르니 고민의 주제도 판이하다.
열린우리당은 바닥 수준인 당 지지율을 끌어올릴 뾰족한 수가 없어 속이 시커멓게 탔다. 성추행, 공천헌금 등 한나라당의 잇따른 추문을 반전 기회로 삼으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당내에선 “답답하다”, “막막하다”, “속이 탄다”는 안타까움만 쏟아지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 이미 반여 정서가 강고하게 형성돼 있어 백약이 무효인 상황”(수도권 중진의원)이라는 체념도 없지않다.
보다 못해 정동영 의장이 “제 탓입니다”라며 고개 숙였지만 아직은 반향 없는 메아리다. 정 의장은 지푸라기라도 잡듯 지원유세마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 사죄 드린다”며 “회초리를 달게 맞을 테니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표정은 여전히 차갑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판세를 뒤집을 일관된 전략도 미흡하다. 서울만 해도 강금실 후보측은 지난 주에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의 정수기 광고의 선거법 위반을 쟁점화하며 검찰에 고발까지 했지만 정작 이후로는 멈칫하고 있다. 당 자체 분석에서 ‘네커티브 전략으로는 표심을 자극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경기지역은 호남출신 유권자의 75%가 부동층으로 조사됐지만 영남 출신인 진대제 후보가 이들을 어떻게 파고들지를 놓고선 여전히 갑론을박만 뜨겁다.
한나라당의 고민은 열린우리당이 아니라 무소속이다.
제주지사선거가 단적인 예다. 2004년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김태환 후보가 얼마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지지기반이 겹치는데다 김 후보가 현역지사의 프리미엄도 커 현 후보가 고전하고 있다.
기초단체장에서도 현역 단체장이 한나라당 공천 탈락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경우가 많아 복병이다. 서울 양천ㆍ강서ㆍ 마포ㆍ노원구, 부산 동래ㆍ 금정구, 대구 남ㆍ 중구, 경북 청송ㆍ 군위ㆍ 봉화군과 영주시 등 10여 곳이 한나라당 후보와 탈당한 현역단체장이 무소속으로 경합하고 있다.
현역 출신 무소속 후보의 경우 인지도가 높고 얼마 전까지 당 소속이다 보니 당내 사정도 훤하다. 특히 영남 지역에선 종친회 동문회 조직 등과 긴밀히 연계 돼 있어 지역 기반도 탄탄하다. ‘한나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영남이라 해도 얼마 전까지 한솥밥을 먹던 무소속 후보의 경쟁력은 가공할만하다. 이들은 지역별로 무소속연대까지 결성해 ‘타도 한나라당’을 외치고 있다.
무소속 돌풍이 내심 가장 두려운 이는 지역 의원이다. 현역 단체장을 공천탈락시킨 당사자라 행여 무소속 당선자가 나올까 후보 이상으로 입이 바짝 말랐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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