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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 감은 美 인권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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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 감은 美 인권외교

입력
2006.05.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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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전파를 외치는 미국 외교의 이중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리비아는 15일 26년 만에 미국과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같은 날 미국은 ‘반미 전사’ 우고 차베스가 이끄는 베네수엘라에 대해 ‘테러리즘 저지 노력에 협력하지 않았다’며 무기 금수조치를 취했다. 동시에 친 러시아 경향의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의 벨로루시에 대해 인권탄압 등을 이유로 정부 관계자의 미국 여행을 금지시켰다.

조지 W 부시 정부는 외교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반 테러를 내세워 이 같은 제재를 가하거나 군사력을 동원하고 있다. 2003년 3월 시작된 이라크전도 민주주의 전파와 이라크 해방을 주요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현실은 미국이 내세운 민주주의가 국익에 철저히 좌우된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냉전기 우익독재를 지원하듯 부시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전을 지원한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의 비민주 정부를 옹호했다. 전쟁 이후 ‘자유의 전진 전략’을 밝힌 이라크전의 경우 석유자원의 확보와 중동지역 패권 확보가 숨겨진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미국의 인권 외교가 에너지 이해와 부딪힐 때 어떻게 우회하는지를 짚었다. 신문은 ‘석유자원이 미국의 민주화 압력을 물들이다’는 기사에서 석유자원이 없는 북한과 새로운 원유 개발지로 각광 받는 중앙아시아를 비교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테러지원국가로 분류해 금융제재까지 가한 것은 물론 탈북자와 피랍자 가족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국제사회에 인권실상을 고발했다. 반면 부정선거 의혹을 받는 아제르바이잔의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에너지 안보노력을 치하했다. 최근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딕 체니 부통령은 “인권개선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에는 카자흐스탄이 반체제 인사와 언론을 탄압하는 국가로 분류돼 있다. 미국 인권외교가 꼬리를 내린 것은 두 나라가 석유부국이자 대 러시아 견제에 중요하다는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아프리카 석유 부국인 적도기니에 대한 미국의 잣대 역시 이중적이다.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은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대통령을 ‘좋은 친구’라고 표현했지만, 그는 국민이 하루 1달러로 버티는 상황에서 1,300만 달러를 해외에 은닉하고 있다. 신문은 “미국이 추진하는 민주주의 확산에 대해 세계가 더 냉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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