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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日 패권주의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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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日 패권주의를 바라보며

입력
2006.05.0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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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우리 어린 시절에는 학생 단체 영화 관람이 잦았다. 너무나 재미있게 관람했던 것을 보면 어른들 영화임에도 이야기는 대체로 우리들 수준이었던 것 같다.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무찌르는 장면 같은 것이 나오면 우리는 모두 일어서서 박수까지 쳐댔다. 혼연일체란 그런 것을 일컫는 말이리라. 애국의 감정에는 무언가 특별한 열정 같은 것이 있다.

●국가지상주의 분쟁시 더 위력

그런데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는 근대의 산물로서 역사적 산물이기에 먼 미래에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삶에 있어 국가는 매우 큰 존재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은 한민족의 정체성과는 별개의 것이다. 우리는 북한과 하나의 민족이지만 하나의 국가는 아니다. 각각 다른 국가의 국민으로 사는 한민족은 전 세계에 걸쳐 존재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다인종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한민족만 세계에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민족이 흩어져서 다중의 문화 정체성과 국적을 갖고 살아간다. 평화 시에는 이런 것들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국가 간의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이다.

9ㆍ11 테러가 발생한 뒤 미국의 아랍계 사람들이 좌불안석이 되는 상황이 발생했었다. 여러 민족들이 모여서 사는 미국과 같은 나라가 ‘미국’이라는 강력한 국가적 통일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는 일은 신기하게까지 여겨진다. 무엇이 하나의 미국을 만들며,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 국민들로부터 애국심을 유인해내는가?

독도 사태나 중국의 동북공정과 같은 일들이 발생하면 일본에 사는 재일교포들이나 중국의 조선족들은 평소 잊고 지냈던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을 의식하게 된다. 그리고 마치 이혼한 엄마와 아버지의 싸움을 지켜보는 아이의 심정이 될 것이다. 이해가 대립되고 분쟁이 이는 상황에서 국가는 하나의 인격체처럼 행동한다.

19세기 초반 중국의 가장 큰 교역 상대자는 영국이었다. 영국은 중국에서 많은 양의 차와 면을 필요로 하였지만 중국은 영국에서 사 올 것이 별로 없었다. 막대한 은이 수출대금으로 유입되었고 이런 불리한 무역구조를 벗어나고자 영국은 중국에 인도산 아편을 수출하였다. 급기야 두 국가는 아편전쟁까지 치르게 되었다.

아편이 얼마나 인간을 파괴하는가를 생각해본다면 영국의 행위는 참으로 용서받지 못할 행위이다. 한 국가가 힘을 잃었을 경우, 다른 국가로부터 얼마나 심한 일들을 당할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 우리는 역사서를 뒤질 필요도 없다.

국가 대 국가의 관계에 있어서 자신을 지킬 힘을 갖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한 개인이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그런데 일본에 대해 우리가 가진 힘은 무엇인가? 100년 전 일본은 대동합방론, 아세아연대론, 흥아론(興亞論) 등을 내세워 서양에 대항할 아시아 연대를 주창하며 한국과 중국에 개입했다.

지금 일본은 아시아 국가 중 그 어느 국가보다도 서양화되어있고 미국과 가깝다. 이제 일본은 어떤 명분으로 동북아공동체나 대동아연합을 주장할 것인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 길러야

일본 정치인들의 신사참배나 독도 사태는 하나의 국가적 통일체로서 일본이 자신을 어떻게 드러내고자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국가가 가진 민족적 다양성과 문화적 다양성, 그리고 다양성들의 공존을 중시하지 않는다면 국가는 하나의 강력한 국가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골몰할 것이고 국가 간의 힘겨루기는 피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김혜숙ㆍ이화여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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