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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수험생 골탕 먹인 억지 대입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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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수험생 골탕 먹인 억지 대입제도

입력
2006.05.0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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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학들이 2008학년도 입시에서 ‘학생부 성적 50% 이상 반영’에 합의한 것으로 발표됐다. 발표주체는 대교협이지만 행·재정적 지원과 연계해 압박을 가한 교육부가 합의를 이끌어낸 실질 주체임은 말할 것도 없다.

당장 서울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쏟아지는 불쾌한 반응은 합의가 자발적인 것이 아닐 뿐더러, 합의를 이끌어낸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 장삼이사(張三李四)도 아닌, 유수 대학들을 상대로 이런 식의 획일을 강제할 수 있다는 교육부의 인식부터가 놀랍다.

따져 보면 학생부 반영치 50%는 사실 허수에 가깝다. 대학별로 기본점수를 할당하거나 가중치를 주는 등의 방식으로 얼마든지 실질반영률을 낮출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일정 등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대학별 응시군(群)의 특성만으로도 실질반영률은 크게 떨어진다. 엄연한 고교별 학력격차를 인식하고 있는 대학들도 어떻게든 학생부의 실질반영률을 낮추려 할 것이다. 입시전문가들이 합의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입시를 코 앞에 둔 고2년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은 크다. 대학들이 “논술비중을 높이고 내신비중을 낮추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 불과 몇 달 전이다. 논술, 수능과 별도로 내신학원을 또 다녀야 할 판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결국 이번 합의는 교육부가 명목적, 과시적인 정책수치 달성에만 힘을 들이고 대학의 자율성이나 학생들의 혼란 따위는 개의치 않음을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

별 실효도 없이 시류에 따라 저질러지는 작위적인 교육정책은 정말 그만둘 때가 됐다. 교육부의 일은 대학에 학생선발을 포함한 자율권을 보장해 주되, 대학의 행태가 사회교육적 가치를 심각하게 일탈할 경우 이를 보완, 시정해주는 정도면 족하다.

모든 부문에서 자율성의 확대가 대세인 흐름에서 교육만이 시종 거꾸로 가는 형국이다. 이번 합의 도출을 정책적 성공으로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면 교육부에는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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