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 민노당의 협조로 3ㆍ30 부동산 법안 등을 강행 처리한 뒤 3당 공조에 부쩍 욕심을 내고 있다. 민주개혁세력 연대를 명분으로, 선거국면에서 외연을 넓히고 한나라당도 고립시키자는 속내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3당간 전략적 협의를 할 수 있는 회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김 최고위원은 “원내대표 이름이 한길 아니냐”며 “우리당과 민주, 민노당이 민주개혁의 한길을 가도록 하자”라고 분위기를 유도했다. 앞서 정동영 의장도 ‘3각 동맹’이라는 표현으로 상시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민노당은 어림도 없다는 반응이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2일 본회의에 참여한 것은 우리가 지지한 법안이 직권상정 됐기 때문”이라며 “우리당과 협의체를 만들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잘랐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도 “우리당이 전략적 협의 운운하는 것은 안정적인 2중대를 갖고싶다는 욕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전까지 우리당에 대한 양당 기류도 싸늘했다. 민주당은 조재환 사무총장이 공천대가로 4억원을 받았다가 구속된 뒤 지도부내 반여 정서가 더 커졌다. 민노당도 비정규직 법안 등을 놓고 우리당과 충돌하고 있다. 그럼에도 양당이 본회의에 출석한 것은 여당과의 공조를 염두에 둔 게 아니라, 이번 사안에 국한한 정치적 득실과 여론 등을 감안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우리당이 “민주개혁세력이 한데 뭉치는 첫걸음”이라며 굳이 의미를 부각하는 데는 물론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 무엇보다 우리당을 3당 공조의 축으로 인식시켜 한나라당과 대치하고 있는 서울시장 등 수도권 선거에서 민주, 민노당 지지 층을 흡수하려는 계산이다. 즉, ‘3당은 한편’이란 인상을 심어 두 당 지지자들의 사표(死票) 방지 심리를 자극하려는 것이다.
17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과 법안 처리 등 원만한 국회운영을 위해 두 당의 도움이 절실한 현실적 필요도 없지 않다. 우리당은 전체 296석 중 142석에 불과해 민주당(11석)과 민노당(9석)의 도움이 긴요하다.
그리고 보다 장기적으로는, 지방선거 이후 요동칠 정국상황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내 대표적 통합론자인 임종석 의원은 “지방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민주당과의 통합 등 민주개혁세력이 다시 뭉치는 문제가 최대 현안이 될 수 밖에 없다”며 “민주, 민노당과의 공통분모를 강조하는 것은 의미 있는 준비”라고 말했다.
이동국 기자 east@j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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