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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새 역사소설 '제4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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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새 역사소설 '제4의 제국'

입력
2006.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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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인호씨가 아득한 고대의 왕국 가야로 투신하더니, 그 신화처럼 희뿌연 안개 속에서 튼실한 역사의 밧줄을 추려 나왔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삼국’ 카테고리로 왜소해진 우리 고대사의 외연을 넓히고 깊게 하는 밧줄이고, 역사 속의 잃어버린 ‘아틀란티스’로 우리를 인도하는 밧줄이다.

‘잃어버린 왕국’ ‘제왕의 문’ ‘해신’ 등으로 이어진 그의 역사 속 문학의 여정이 마침내 닿은 곳, ‘제4의 제국’(여백 발행). 작가는, 이 책을 끝으로 역사에 진 빚을 어지간히 갚은 것 같다고, 아마 다시는 역사 안으로 들어설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1990년 김해 대성동 ‘13호 고분’에서 출토된 6점의 ‘파형동기’(巴形銅器)에서 풀려나간다. 바람개비형 동기라고도 불리는 이 물건은 일본에서만, 그것도 왕들의 무덤에서나 발굴되던 유물. ‘나’는 파형동기로 이어진 1,500년 전 고대의 삭은 끈을 잡고, 미노타우로스의 미궁 같은 시간과 공간 속을 헤맨다.

그러면서 그 원류가 인도의 비슈누 여신에 닿아있고, 북방 기마민족이었다는 김수로왕(대륙문화)과 인도에서 온 여인이라는 설화 속의 가야 여인 허황후(해양문화)가 매개해, 일본(가와치 왕조)의 건국과 일본 왕실의 DNA 속으로 스몄음을 밝혀나간다. 5세기 광개토대왕의 5만 대군에 쫓겨 일본으로 건너간 가야의 핵심 엘리트들이 일본 문명의 주역이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그의 체구처럼 다부지게, 일본의 ‘임나일본부설’과 ‘남한경영설’의 논리와 정황을 초토화한다. 그의 펜을 통해 호명된 한반도 고대사의 거인들 -광개토대왕, 무령대왕, 우륵 등-의 서사도, 작가 특유의 인파이터식 전개를 통해 새롭고 웅장하게 조명된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국내 여러 박물관과 왕릉, 일본 오키나와와 여러 왕릉들, 무령대왕의 탄생지인 각라도, 인도 등지를 현장 답사하고 각종 사료를 수집ㆍ고증했다고 한다. 그래서 소설은 넌지시 르포나 다큐멘터리의 뉘앙스를 풍기기도 한다.

그는 이 소설을 쓰는 동안 행복했고, 다 쓸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으며, 그 행복을 선사한 ‘보이지 않는 손’의 은총이 감사하다고 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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