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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2007년을 놓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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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2007년을 놓치지 말라

입력
2006.03.0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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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3년을 맞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북악산 등산을 하면서 “대통령 임기 5년은 너무 길게 느껴진다. 또 대통령 임기 중에 선거가 너무 많은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개헌이 정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이 개헌 논의의 주요부분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면 당연히 큰 뉴스다.

그러나 청와대는 확대해석하지 말라고 불 끄기에 나섰다. “대통령이 취임 3년의 소회를 밝혔을 뿐 개헌과 연결시킬 의도는 1%도 없다”는 해명에 이어 “만일 개헌과 연결시켜 기사를 쓰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엄포까지 나왔다.

지난 3년간 수없이 거듭돼 온 노 대통령의 ‘치고 빠지기’ 행태를 새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대통령이 개헌에 대해 이런 식으로 변죽을 울릴 게 아니라 분명하고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대통령·국회의원 임기 통일 적기

2007년은 개헌의 적기다. 대선과 총선을 각각 5년, 4년 주기로 치르는 데 따른 부작용을 막으려면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4년으로 통일하는 개헌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느 한쪽의 임기 단축이 장애가 될 수밖에 없는데, 2007년은 가장 부담이 적은 해다. 17대 대선은 2007년 12월, 18대 총선은 2008년 4월로 정해져 있어 국회의원 임기를 4개월만 단축하면 2007년 12월 동시선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각책임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2007년을 내각책임제 출범의 적기로 꼽아왔다. 12월에 총선을 치르고 그 결과에 따라 총리가 취임하면 무리 없이 국정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내각책임제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매우 낮아서 정치권에서도 공론화할 가능성이 낮다.

대선과 총선을 같이 치르면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우선 두 번 선거를 한번에 치르면 국력의 낭비를 줄이고, 과열되기 쉬운 대선 열기가 분산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권으로서는 선거에 휘둘리지 않고 4년간 안정적으로 국정을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권자로서는 총선을 통한 중간평가의 기회가 사라진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은연중에 표를 여야에 나눠 줌으로써 한 당의 독주를 막으려는 유권자들의 심리가 동시선거에서 어떻게 나타날지도 관심거리다.

현재 개헌에 대한 각 당의 속셈은 단순하지 않다. 여권은 권력구조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른 영토조항 등을 포함시킬 가능성이 있고 그럴 경우 극심한 여론 분열과 대립을 부를 위험이 높다.

한나라당은 여당이 5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 ‘국면 전환과 재집권을 위한 술책’으로 개헌을 들고 나와 소용돌이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계하면서 개헌은 다음 정권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이 반대하면 개헌안 통과는 불가능하다.

노 대통령은 이제 큰 욕심 부리지 말고, 복잡한 계산 하지 말고 임기 중에 꼭 이루고 싶은 과제들을 정리해야 한다. 개헌도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조정, 대통령 중임제 등을 목표로 접근한다면 야당의 의심에 찬 정치공세를 물리치며 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과욕은 혼란을 부르고 시간을 낭비할 뿐이다. 실현 가능한 과제들로 범위를 좁혀 남은 2년, 아까운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개헌할 필요가 있으면 해야

노대통령의 ‘산상(山上) 발언’은 발언 장소와 일부 표현이 좀 부적절했다 하더라도 충분히 그 생각에 공감할 수 있다. 다음 대통령은 임기 중 두 번의 총선, 한번의 지방선거를 치르게 된다. 대통령도 피곤하고 국민도 피곤하고 나라도 지칠 것이다.

지금까지 개헌은 정변이나 국민의 항쟁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제 정치가 그것을 주도해야 한다. 쉽게 개헌을 해서는 안되지만 필요가 있으면 해야 한다. 2007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장명수 본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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