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종ㆍ다민족 사회인 미국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소수 인종ㆍ민족의 역할과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이들이 미국의 주요 변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미 체육계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고 이라크전을 치르고 있는 미 군대 내에서도 소수 인종의 약진은 미군 전체의 인종 구성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프로 풋볼의 영웅으로 떠오른 한국계 흑인 혼혈 하인즈 워드의 성공담은 가장 상징적이지만 10일 개막하는 토리노 동계올릭픽의 미 대표팀 구성을 살펴봐도 변화가 실감된다.
워싱턴포스트의 9일 보도에 따르면 미 대표팀 211명 가운데 최소 23명이 라틴 아메리카 출신 히스패닉이거나 아시아 출신 등의 비(非)백인계다. 이번 대표팀 내 소수 인종 출신 숫자는 2002년에 비해선 2배, 1994년 및 1998년 동계 올림픽 때에 비하면 4배에 이른다.
이제까지 동계 스포츠는 사실상 미 동북부ㆍ중서부 출신 백인의 전유물이나 다름 없었다. 쇼트 트랙팀의 경우는 한국 부산에서 태어난 김효정과 일본계 안톤 오노, 멕시코 출신 마리아 가르시아로 구성돼 있고 한국 등 3개국 출신이 코치까지 맡았다.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는 흑인 샤니 데이비스, 쿠바 출신 제니퍼 로드리게스 등이 이미 스타로 부상돼 있다. 미 대표팀의 인종ㆍ민족적 다양성이 획기적 진전을 보인 것은 흑인, 아시아인, 히스패닉 선수들이 그만큼 뛰어난 능력을 보여 그들에 대한 발굴 노력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미 군대 내 인종 구성비 변화도 상당히 극적이다. 2001~2005년 미 육군에 입대한 히스패닉계 신병의 수는 26%나 증가, 지금은 전체 미 육군 수의 10.8%가 히스패닉이다. 같은 기간 동안 미 육군 가운데 흑인 병사의 수는 22.3%에서 14.5%로 급격히 줄었다고 뉴욕타임스는 9일 전했다.
최근 추세대로라면 미군내 히스패닉계 비율이 흑인을 제치는 것이 시간문제라고 봐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촉발시키는 데에는 물론 이라크전이 주원인이 됐다. 흑인 사이에서 전쟁 기피 현상이 심화한 반면, 히스패닉들은 신병 훈련소나 실제 임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이들을 상대로 한 신병 모집 캠페인은 앞으로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USA투데이는 7일자에서 미국 10~20대 신세대는 부모 세대와 달리 친구를 사귀거나 연애할 때 피부색을 개의치 않는 ‘색맹 세대’라고 보도했다.
이른바 ‘X 세대’를 거쳐 1980년대 초 이후 태어난 최신 세대를 일컫는 ‘밀레니엄(새천년) 세대’는 미국에서 가장 다양성을 가진 세대로 ‘같은 관심사와 같은 생각을 가지면 인종은 문제 삼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 최신세대가 미국을 진정한 인종ㆍ문화의 ‘멜팅 포트’(Melting Potㆍ용광로)로 만드는데 기여한다는 평가도 있으나 인종간 차별과 불평등의 본질적 문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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