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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 1920~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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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 1920~1940

입력
2006.02.1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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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초, 서울에서는 한 서양인 여성 화가가 그림 전시회를 열었다. 그림 전시회 자체가 드물었던 그 당시에 한국 풍경화, 한국 인물화를 모아 서양 사람이 전시회를 연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서양인의 눈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이 궁금했던 모양인지, 전시회를 찾은 한국인이 적지 않았다.

전시회를 개최한 스코틀랜드 출신의 엘리자베스 키스(1897~1956)는 그 뒤 런던 파리 호놀룰루 등에서도 한국 그림 전시회를 가졌고, 그것도 모자랐는지 한국 관련 책도 여러 권 냈다.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 1920~1940’(원제 Old Korea)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일본에 머물던 엘리자베스 키스는 1919년 3ㆍ1운동 직후 동생 엘스펫 로버트슨 스콧과 함께 우연히 한국을 방문한 뒤 몇 차례 더 찾아오면서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들의 일상에 매료돼 그림을 남긴다.

동대문 등 건축물과 원산, 평양 대동강변의 풍경 등을 멋지게 그렸지만 그녀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인물화였다. 농부 무인 내시 선비 무당 노인 신부 과부 등을 스케치, 수채화, 목판화 등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했다. 관료이자 문장가였던 85세의 김윤식, 궁중 복장의 공주, 민영찬(민영환의 동생)의 딸 등의 인물화도 그렸다.

그림에 곁들인 설명에는 ‘한국에서 제일 비극적인 존재! 한국의 신부는 결혼식 날 꼼짝 못하고 앉아서 보지도, 먹지도 못한다’ ‘한국에서는 노인들을 지나치게 공경하기 때문에 가끔 노인들은 자기 자신의 가치를 과대 평가하는 버릇이 있다’며 자신의 생각을 짤막하게 집어넣었다.

이렇게 해서 책에는 1920년대부터 40년대까지 한국의 모습 66점이 실려있다. 원서는 39점을 수록했지만 그녀가 그린 다른 그림을 추가한 것이다.

글은 동생이 맡았는데 역시 한국에 대해 호의적이다. ‘한국의 경치는 너무나 아름다워 때때로 여행객은 기이한 감동을 맛보게 된다.’ ‘한국인의 자질 중 제일 뛰어난 것은 어엿한 몸가짐이다.’ ‘한국의 가정 내에서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하대를 당하지만 삼일만세운동 때는 여자들도 남자 못지 않게 잘 싸웠다.’ 3ㆍ1운동 직후 자작 지위를 반납하고 독립청원서를 제출한 이용직이 일본인 심문관에게 한 말을 그녀는 이렇게 기록했다. “너희들은 군함의 무력을 자랑하지만, 우리가 만세를 부르는 정신을 분쇄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힘이다.”

자매의 시선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한국을 방문한 서양인, 심지어 선교사들까지도 한국의 문화를 낮춰보았던 것과 잘 비교된다. 키스는 사람 사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따뜻한 눈길을 보냈으며, 낯선 문화를 적극적으로 화폭에 옮긴 것이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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