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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구두개입 효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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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구두개입 효과 적었다"

입력
2006.02.0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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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과 박 승 한국은행 총재의 입의 무게는 56.0대 2.1?’

통화당국의 ‘입’은 제2의 정책 수단이다.

돈줄을 풀고 죄는 금리정책으로 경기를 직접 조절하기도 하지만, 구두(verbal) 개입을 통해 경제 주체들의 기대심리를 움직여 경기의 속도를 콘트롤하기도 한다. 구두개입은 금리를 손 대지 않고서도 금리인하나 인상의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한국 통화당국의 ‘입’은 시장에 과연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영향력(효과)은 별로 없었고, 충격(쇼크)은 컸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손 욱 교수는 7일 한은 금융경제연구원이 발간하는 ‘경제분석’에 기고한 ‘통화정책 발언과 금융시장 반응’이라는 논문에서 1999년 5월~2004년 12월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통화당국의 발언과 관련한 138건의 언론보도를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우선 통화당국 발언의 영향력이나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당국이 돈줄을 죄는 긴축기조로의 전환을 시사하는 발언에 대해 주가와 원화의 가치는 일시 하락한 후 원래 수준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단기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수익률은 1.7bp(10bp=0.1%)포인트, 장기금리인 3년물 국고채 수익률은 2.1bp 상승하는 데 그쳤다. 미국의 경우 예상치 못했던 긴축기조를 시사하는 발언이 있을 경우 1년 만기 금리가 56.0bp 상승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손 교수는 “미국은 콜시장에서도 선물거래가 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 통화당국의 발언효과를 수치로 비교하는 것은 힘들다”면서도 “한국 통화당국의 발언 효과가 다른 나라보다 크게 낮은 수준인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적었지만 시장의 변동성은 크게 흔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효과는 별로 없었지만, 시장을 ‘출렁거리게 하는’ 충격은 컸다는 것.

손 교수 분석에 따르면 발언 내용이 직전 발언과 다를 경우 단기금리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효과는 크고 충격은 적은 것이 바람직하지만, 우리나라 통화당국의 발언은 그린스펀이 보여줬던 것과는 정반대였던 셈이다.

한은도 할 말이 있다. 한은이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할 수 있었던 게 불과 몇 년 채 되지 않을 뿐더러, 정부의 개입발언이 한은의 구두개입을 교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은 스스로 ‘인하’에는 관대하고 ‘인상’에는 인색해왔고, 일관성 부재로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 측면이 크다. 2003년과 2004년 박 총재는 콜금리 인하 의사가 전혀 없는 듯 말하다가 갑자기 올리기도 했다.

동부증권 박혁수 연구원은 “박 총재 스타일대로 직접화법을 쓰든, 그린스펀식대로 ‘웅얼거리는’ 화법을 쓰든, 일관된 메시지를 주면서 발언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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