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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비정규직 정책 패러다임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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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비정규직 정책 패러다임 전환해야

입력
2006.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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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말 국회에서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될 전망이다. 그러나 입법이 되어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최근까지의 정부 비정규직 정책은 비정규직 보호 입법에 비중을 둔 만큼, 3월 이후에는 전체적인 정책설계도의 재검검과 대응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이데올로기 논쟁은 도움안돼

기존의 비정규직 대책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차별과 불안’이라는 현상적인 이슈에만 초점을 맞추어 원인에 상응하는 명의(名醫)의 정책처방이 되지 못하였다. 학력, 직종 등 특성집단별로 분류하여 비정규직 증가의 원인에 상응하는 정책처방을 마련하는 실사구시적인 접근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와중에 비정규직 비중이 50%를 넘어간다든지, 비정규직 고용은 반사회적이라든지 하는 규범적인 공세가 확산된 것도 사실이다. 비정규직 문제가 좌파-우파 혹은 총자본 대 총노동의 이데올로기 논쟁으로 부추겨지게 되어, 비정규직 정책의 전체적인 행마가 무거워져 버렸다.

이제 2월 국회에서 입법이 예상되는 바, 3월 시점에서 비정규직 정책패러다임의 대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필자는 새로운 비정규직 정책은 다음의 3원칙에 따라 수립되어야 한다고 본다. 첫번째 원칙은 비정규직 정책 슬로건은 단순히 ‘차별과 불안 해소’보다는 ‘공정한 노동시장 질서 확립’으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한 노동시장 질서를 확립하다보면 현상적인 불합리한 차별과 불안은 치유될 수 있다. 단순히 임금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다는 인식은 공정한 것이 아니며, 생산성에 비하여 과소보상될 경우 비로소 차별 시비가 발생하는 것이다.

두번째 원칙은 ‘비정규직 친화적’ 노동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별적 근로관계를 제어하는 노동법과 사회안전망은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 편애적이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약자인 비정규직 근로자나 영세사업장 근로자 보호를 위해서 노동제도 및 사회안전망의 재설계가 불가피하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소외감의 핵심은 ‘보호해야 할 책임을 가진 국가로부터의 소외’이다.

마지막 세번째 원칙은 비정규직 대책은 현재와 같이 부분적이어서는 안되며 종합적이고 시스템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사업체 패널조사에 의하면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주된 원인으로 사용자의 인건비 부담과 고용조정의 어려움을 지적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은 중소기업일수록 더욱 심할 것이고 고용조정의 어려움은 대기업일수록 더욱 심각하다.

중소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대기업 고용조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사용자는 아웃소싱과 기업분할을 통해 비정규직 입법에 대응해갈 것이고 이는 비정규직 입법이 기업규모별 근로조건의 격차를 확대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노동시장의 원인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정규직 보호 입법은 탈법을 부출길 수 있다.

●실사구시적 정책으로 접근을

건강한 비정규직을 육성하기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이행의 가교 역할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한다든지, 전업주부의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정규직 파트타임을 육성하다든지 하는 외국 정책사례도 벤치마크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부부터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이 많은 상황에서 민간부문을 선도할 수 없으며 정부정책 또한 신뢰받을 수 없다.

모든 정책에는 혁신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비정규직 대책도 예외는 아니다.

예컨대 비정규직 고용률이 높은 사업장에 비정규직 고용 억제법을 만들기 보다는 비정규직 고용률에 따라 사회안전망 이용세를 경험료율로 반영한다든지, 대기업 노조의 임금 동결분-기업의 매칭펀드 출연분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어 대기업별로 출연된 기금을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과 하청업체 지원 재원에 활용하게 한다든지 하는, 현장에 체감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검토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관련 부처들간에 정책 협조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조준모<성균관대 교수<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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