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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日共과 朝勞, 후와와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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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日共과 朝勞, 후와와 김정일

입력
2006.01.1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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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공산당을 35년간 이끌어온 75세의 후와 데츠조(不破哲三) 의장이 퇴장했다.

지난주말 끝난 일본공산당 당 대회는 후와를 사퇴시키고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위원장은 유임시켜 시이 체제를 확립했다. 1922년 창당한 일본 최고(最古)의 정당이자 1979년 41석, 2000년 20석 등 중의원에 고정 지분을 갖고 있던 당이 2003년 이후 9석으로 내려앉으면서 유연노선을 강조하기 위해 취한 조치다.

후와 자신이 혁명노선에서 의회주의노선으로 당을 전환시킨 주역이었지만 세상의 변화무쌍에 당의 현실노선은 늘 뒷북치기였다.

후와는 한때 ‘형제당’이던 북한 조선로동당과의 사상 투쟁과 결별을 진두에서 지휘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일본공산당은 지하당 창당 때부터 한인 공산주의자들이 개입했다. 패전 후 합법정당이 된 뒤에도 ‘기간(基幹)당원’의 상당수는 재일한국인들이었다.

재일한국인들은 1955년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 조선총련을 만들면서 일본공산당의 지도에서 벗어났다. 그 뒤로도 일본공산당과 조선로동당은 소련공산당과 중국공산당의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자기 당의 자주노선을 지키기 위해 긴밀히 협력했다.

1967년 북한이 주체사상을 유일한 지도사상으로 하는 유일체제로 전환하면서 과학적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일본공산당과의 대립이 시작됐다.

후와는 북한 변화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일본공산당이 1968년에 파견한 대표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그의 회고록에 따르면 방북 기간 내내 일행은 개인숭배에 거부감을 느끼다가 숙소에 설치된 도청장치까지 발견하게 된다. 이 해를 마지막으로 일본공산당의 공식 방북은 끝이 났다.

이후 북한이 주체사상의 일본 수출을 추진하고 일본공산당은 점점 더 의회주의로 기울면서 양측은 날을 세운 사상투쟁기로 접어든다. 일본공산당은 마침내 1982년 발간한 당사에서 한국전쟁의 북침론을 남침론으로 수정했다.

1983년 미얀마 수도 랭군에서 아웅산묘소 폭탄테러가 발생한 직후 일본공산당 기관지는 북한의 정치체제를 “입헌군주제도 못 되는 메이지시대의 천황제”라고 비난했다. 항일 무장투쟁의 ‘만경대 정신’을 자랑하는 북한을 ‘천황제 사회주의’로 깎아 내렸으니 북한에게 이런 모욕은 없었다.

북한은 1986년 당 잡지 ‘국제생활’ 창간호에서 “재일조선인들은 지난날 일본공산주의자들이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적극 도와주었으며 동지적 의리를 잘 지켰다”며 “일제가 패망하던 당시 감옥과 해외에서 어려운 생활을 하던 일본의 혁명투사들을 보살펴 주었으며 공동투쟁을 벌였다”고 응수했다. 일본공산당이 감추고 싶어하는 한인들과의 초창기 인연을 의도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일본공산당과 조선로동당의 이런 이별극과 ‘원수당’ 관계로의 전환을 후와는 당 위원장으로서 모두 겪어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이 시기 ‘당 중앙’이란 익명의 후계자로서 북한쪽의 중요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후와가 쓸쓸하게 퇴장하는 시점에 김 위원장은 중국으로 화려한 외출을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중국에서 느끼는 고민은 후와의 오랜 고민과 닮았을지도 모른다. 현실노선을 택하면 택할수록 당세는 기울고 지도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딜레마다.

사족으로 일본공산당은 현재 남북한에서 정당 교류를 모두 거부당한 세계 유일의 합법정당이다. 아직도 그들은 일본교과서 등 역사문제가 나오면 일본의 보수세력을 비난한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도 열렬히 반대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그들을 어떨 때는 ‘친북 세력’으로 몰고, 어떨 때는 ‘양심세력’이라고 부른다.

신윤석 국제부장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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