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사진이 많아도 우리 가족이 함께 찍은 ‘가족사진’은 몇 장밖에 없다. 아마 그것은 어느 집이나 비슷할 것이다. 부부만 찍거나, 아이들만 찍거나, 그런 사진은 많은데 온 가족이 함께 찍은 사진이 거의 없는 것이다.
지금은 군에 가 있고 또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어릴 때 집안에 장식한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우리집에 취재를 나왔던 어떤 기자가 잡지에 쓸 사진을 찍어 우리에게도 한 장 보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족사진을 찍은 것이 아버님 칠순잔치 때의 일이니 그것도 벌써 6년 전의 일이다. 아마 아이들이 커가면서 점점 더 가족사진을 찍을 일이 없을 것 같다.
예전에 우리가 어릴 때에도 할머니 회갑 때 온 가족이 사진을 찍었고, 나중에 우리가 자라 결혼할 때 결혼식에 온 친척들까지 포함하여 가족사진을 찍었다. 그렇듯 어쩌면 다음번의 가족사진이 바로 아이들 결혼식 때의 사진이 될지도 모르겠다.
예전보다 사진을 찍을 기회도 많아지고 또 사진기도 흔해졌는데 그 사진기 앞에 온 가족이 함께 서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말 나온 김에 모두 해가 가기 전에 가족사진 한 장씩 찍으면 어떨까.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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